인터넷 중독 현상은 이제 마약·도박 같은 기존 중독증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중독은 빈부·연령층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정보문화센터(소장 손연기)가 발행하는 정보화종합교양지 ‘아름다운 e세상(9월호)’에 실린 ‘중독되어 가는 아이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3월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접했다. 그것은 온라인게임에 중독된 14살의 중학생이 살인을 체험하려고 동생을 살해한 사건이다. 그는 동생을 살해한 뒤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살인을 맘껏 즐기는 것이 나의 계획이고 살인을 꼭 해보고 싶다.”
당시 신문과 뉴스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던 이 사건은 우리에게 청소년의 게임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게임은 단순한 여가 활동으로만 생각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게임중독으로 가는 길에 방치해 두고 있다. 필자는 최근 학교상담을 통해 게임중독증에 걸린 아이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심각성을 느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지훈이(18)는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즘 자신이 빠져 있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접속해 자신이 소유한 아이템을 체크하고 인터넷으로 게임에 대한 공지사항도 확인한다.
지훈이는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게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방과 후에 집으로 돌아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잔다. 이처럼 지훈이의 일과는 게임으로 시작해서 게임으로 끝이 난다. 지훈이 자신도 요즘 너무 게임에만 빠져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장시간의 게임으로 몸은 지칠대로 지쳤고 성적도 많이 떨어져 여간 걱정이 아니다. 하지만 지훈이는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게임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단지 지훈이의 경우만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지훈이와 비슷하거나 더욱 심한 중독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아이들이 게임중독으로부터 벗어나려 하지만 마치 담배를 끊을 때 나타나는 것과 같은 금단 증상을 겪고 있다.
게임중독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게임과 인터넷의 사용은 초고속통신망의 보급으로 지금도 확산돼 가고 있는 추세고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어 앞으로가 걱정이다.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며 게임을 하는 시간을 줄여나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게임 이외에 집중할 수 있는 여가나 취미활동을 권장하는 것이 좋다. 레저나 체육활동, 독서나 학술활동 등에 흥미를 보이면 그것을 적극 지원해주고 게임 이외의 활동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청소년은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들이 지금 게임이라는 늪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방관해야만 하는가. 좀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으로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미래를 지켜야 할 것이다.
<김정희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위촉상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