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조달청 `철인3종경기` 마니아 2인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

 마라톤 한 종목만도 버거운데 3종의 스포츠를 동시에 즐기는 이들이 있다.

 오죽하면 이들에게 ‘철인’이라는 이름이 주어졌을까.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 우선시되는 일반적인 운동과는 달리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하는 힘든 운동이지만 하면 할수록 점점 그 매력에 이끌린다는 철인 3종(수영 3.9㎞,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을 사랑하는 마니아 2명이 있다.

 조달청의 변희석 정보기획과장(42)과 같은 청에서 사보 ‘바른 조달’을 제작하고 있는 박길자 편집실장(44)은 대전 정부청사에서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철인 3종 예찬론자다.

 지난해 8월 비슷한 시기에 이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철인 3종에 입문해 지금은 아침마다 연습을 함께 할 정도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뛰는 동안 문득 문득 뭐라 말할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어떨 때는 막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인 3종의 가장 큰 매력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변희석 과장이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테니스를 무척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아닌 시간과 팀, 사람에 얽매여야 하는 운동 외의 주변 여건이 싫어졌다. 그때부터였다. 정작 운동을 하고 싶은 순간에 언제라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발견해낸 철인 3종은 초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자 혼자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운동이 되기에 충분했다.

 “일상생활에서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마라톤을 하는 동안 1km당 한 번씩만 생각에 잠겨도 적어도 40번은 자기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속초 국제 철인 3종 경기에서 변 과장은 진정한 철인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동안 7∼8회 로열코스와 하프코스에도 출전했지만 총 226.3㎞에 달하는 풀코스를 17시간 내 완주한 기쁨에는 견줄 바가 못됐다.

 운동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일궈낸 성과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걷지 못할 정도로 기진맥진했지만 ‘나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생각에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직장에서 유능한 업무 처리와 기획력으로 촉망받고 있는 변 과장이지만 운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욕심이 없다. 단지 좋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록보다 더 나은 기록을 얻고 싶다는 소박한 꿈만 있을 뿐이다.

 “철인 3종을 즐기는 사람들은 개성이 무척 강합니다. 획일적이지 않은 데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운동의 매력에 지금은 저도 마니아가 됐습니다.”

 조달청에서 사보를 제작하고 있는 박길자 실장은 우연한 기회에 철인 3종을 접했다. 제주 청사 직원이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글을 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운동 자체를 무척 싫어하던 그녀였지만 의외로 빨리 운동에 적응해갔다. 시작 당시만 해도 수영만 조금 할 뿐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마라톤과 사이클에도 능숙하다.

 “대회에 출전할 때 어느 한 종목에만 욕심을 낸다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꾸준한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일궈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들보다 먼저 가겠다고 첫 종목인 수영이나 사이클에서 너무 무리하게 힘을 쓰면 정작 마라톤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지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실장은 경기 과정에서 신체의 위험 수위를 느끼는 그 직전까지 최선을 다하면 용기지만 그 선을 넘어서면 무모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올해 들어 올림픽 코스에만 3회 출전한 박 실장은 언제부터인가 소심함도 많이 사라지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문득 느낀다.

 “순위에 상관없이 모두가 승자가 되는 운동입니다. 시합 사이사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막상 골인점에 도착하는 순간에는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