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35)모두를 위한 공중로봇

 로봇의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주인만 사용하는 개인용(private) 로봇과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공중(public)로봇이 그것이다.

 지구상의 로봇 대부분은 사적 소유물로서 구매자가 배타적 사용권을 갖는다. 거대공장에서 용접하는 로봇이든 대저택에서 잔디깎고 청소하는 퍼스널로봇이든 주인 외에는 원칙적으로 손을 댈 수가 없다. 현시점에서 값비싼 로봇을 구매할 만한 주체는 돈이 남아도는 유한계층이나 대기업, 부자나라의 정부기관뿐이다.

 결국 로봇 자동화기술의 혜택은 일부 가진 자에게 집중되고 새로운 로봇개발도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계층을 기준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성능좋은 로봇이 실용화되어도 보통 사람들에겐 그저 다른 세상 얘기로 들릴 뿐이다. 게다가 로봇소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당분간 개선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도 그동안 고수해온 로봇기술의 개발방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개발하는 로봇기술이 실제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 것인가. 가정부 한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수억원짜리 홈오토메이션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이러한 반성에서 앞으론 사적 소유권을 넘어서 사회구성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로봇. ‘공중로봇’이란 개념을 새로이 정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공중로봇은 말하자면 공중전화나 승강기, 에스컬레이터처럼 누구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익차원의 로봇제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누구라도 인터넷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한 텔레로봇이나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위해 운용되는 서비스 로봇 등이 공중로봇의 범주에 속한다.

 최근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는 특수로봇으로 혹독한 남극지역을 누비는 탐사활동을 인터넷상에서 공유시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무려 1000명이 넘는 중고교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남극 빙판에서 움직이는 로봇을 직접 조정하고 수천만년된 운석조각을 발굴하는 꿈같은 체험을 했다. 일부 과학자들의 전유물인 로봇 탐사활동을 대중에게 개방한 모범적 사례다.

 한국사회에서 공중로봇의 도입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요즘 장애인 단체들의 이동권 보장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버스,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간단한 자동화설비인 휠체어리프트조차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낮은 곳으로 눈을 돌리면 로봇기술이 대중의 복지를 위해 응용될 분야는 많다. 예를 들어 할인매장의 쇼핑카트에 원격조정되는 웹카메라를 부착한다면 집에 있는 장애인과 쇼핑객이 함께 물건을 고르면서 쇼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문제는 대중을 위한 로봇개발자들의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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