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위칭데이를 무사히 넘긴 국내 증시가 부시 미 대통령의 대이라크 관련 UN연설에 따른 전쟁 위기감 고조와 미증시 급락 부담감으로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1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20일, 60일 이동평균선을 하루만에 회복한 상황을 역순으로 되짚듯 일시에 지지선을 무너뜨리며 전날보다 21포인트 내린 718.17에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낙폭은 거래소에 비해 작았지만 0.99포인트 내린 54.28까지 밀려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확실한 디딤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 악재에 발목이 잡힌 것을 이날 급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 시점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만으로 상승장을 이끌어간다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필호 신흥증권 팀장은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한차례 꺾인 후 곧바로 복원되면서 700선 지지대가 확인된 듯하지만 750선을 치고 오를 만한 동인 또한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수는 당분간 박스권에서 등락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13일 급락이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을 부추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기업들의 안정적인 실적 호조세가 심리적인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보기술(IT)부문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선 견해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비IT부문에 비해 조정폭이 컸던 IT부문이 3, 4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긍정론과 3, 4분기 실적이 단순 계절적 수요에 따른 것으로 추세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부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난해 9·11테러 이후 국내 증시 급등을 주도했던 IT부문이 계절적 수요가 됐든, 시장 회복 기대감에서든 하반기 증시상승에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유성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만큼 강력한 상승세는 아니더라도, IT부문이 탄력장을 만드는 주도 세력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모든 IT종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선별되는 양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시장흐름에선 투자자들이 무조건 부정적인 방향으로 쏠리기보다는 하락시점마다 긍정성에 기초해 매수포인트를 잡아나가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