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텔레매틱스시장서 격돌

 삼성화재의 텔레매틱스시장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SK(주)가 엔트랙 단말기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던지고 나서는 등 두 재벌기업간의 텔레매틱스 시장선점 경쟁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SK는 지난 10일 회원가입시 엔트랙 단말기와 전용 휴대폰을 무료로 제공하는 신용카드 ‘씨티은행 엔트랙 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차량용 단말기를 지급받고 향후 3년간 SK주유소에서 기름을 주입할 때 최고 8%, 카드구매나 현금서비스 이용시 0.9% 등 각종 포인트 혜택을 통해 단말기 구입비를 갚게 된다. 웬만한 중형차 운전자라면 카드사용만으로 대당 50만원에 달하는 차량용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받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는 SK가 지난 4월부터 야심차게 전개해온 엔트랙 서비스가 예상보다 사업진척이 느린 가운데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자동차보험업계가 독자적인 텔레매틱스 서비스로 추격해오자 선수를 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SK가 확보한 엔트랙 고객수는 지난달 기준 약 3만명으로 여름철 특수와 SK텔레콤의 대대적인 마케팅 지원을 감안하면 미흡한 수준이란 분석이다.

 이에 맞서 삼성화재(대표 이수창 http://www.samsungfire.com)와 KTF는 10월 1일 양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보험과 연계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애니넷’의 공식 출범을 선언할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텔레매틱스사업을 통해 타 보험사와는 차별화된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방침아래 지난 7월부터 2000여 고객에 전용단말기를 보급하고 치밀한 필드테스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애니넷은 운전자 휴대폰과는 별도로 자동차내에 무선통신모듈을 설치하는 투폰 방식이기 때문에 SK 엔트랙보다 서비스 수준이 한단계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화재측은 표면적으로는 SK의 ‘공짜단말기’ 마케팅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태도지만, 초기시장확대를 위해 텔레매틱스 고객이 매달 지불할 정보서비스 요금을 푼돈 수준으로 경감하는 획기적인 마케팅 방안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선발업체인 SK와 330만 보험고객을 지닌 삼성화재간에 텔레매틱스시장을 두고 다음달부터 치열한 선두다툼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일부 자동차보험업체들이 삼성화재의 움직임에 대응, SK와 제휴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의 텔레매틱스 경쟁구도가 삼성·SK 등 두 그룹간의 자존심을 건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텔레매틱스 고객확보를 위한 양대 진영의 힘겨루기 경쟁이 과열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