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이슈기획-반도체산업 `재도약` 전략

 ◆서울대 전기공학부 박영준 교수(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ypark@snu.ac.kr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가적 인식의 저하, 반도체 인재수급의 원천인 이공계 학생들의 반도체 분야 기피현상, 후발국가의 맹렬한 추격 등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작용한다. 이러한 전기에서 추락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제2도약의 기회가 되는가는 국가 각 섹터의 비전제시와 적절한 의견의 일치 그리고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1980년대초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이후 한 세대도 걸리지 않아서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 반도체 전체 생산량 세계 3, 4위를 이룩한 반도체 분야의 성취와 성공비전은 적시투자와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 및 설계기술의 적시개발, 우수인력의 대량투입에 기인한다.

 지금까지의 성공요인을 지속적으로 유효화하는 한편 제2도약을 하기 위해선 국가 자원투입은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할까.

 먼저 한국의 미래 산업구조에 대한 메가 트렌드를 보자. 산업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향후 10년간 비전을 보면 국가산업을 미래 전략산업과 주요 기간산업으로 나누고 8개 주요 기간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6% 정도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세계 4위의 산업대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IT, BT융합 전략을 통한 주력기간산업의 고부가가치, 고생산화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성공의 관건으로 세계적 수준의 고급기술인력 확보로 인식하고 있다.

 8개 주요 기간산업중 하나인 반도체산업은 2000년 시장점유율 5.7% 정도에서 2010년 15%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 세계 시장이 500조∼700조원 정도가 될 것이므로 반도체 연간 생산목표 70조∼100조원은 현재 10조∼15조원 정도의 생산규모를 고려하면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이는 다른 주력산업의 하나인 디지털 전자분야와 더불어 가장 큰 성장 목표다.

 다음으로 반도체 산업의 메가 트렌드를 보자.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최근 한국 반도체산업협회가 밝힌 메가 트렌드는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IT제품의 디지털화, 고속지능화, 네트워크통합화의 급진전에 따른 시스템온칩(SoC)의 필요성 증가다. SoC 능력을 가진 반도체 회사가 새로운 IT산업 영역으로 진출할 것이다. 디지털시장의 확대가 반도체에 기반을 둔 SoC화 기술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개척 능력, 표준화, IP 등을 확보할 능력이 있는 반도체회사의 시장과점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기술의 급진전에 따라서 투자 위험성 때문에 팹(fab)에 의지하는 회사의 몰락이나 성장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투자 위험성 때문에 전략적 제휴가 증가한다. 장비 및 소재업체 역시 과점화가 증가하며 장비공정의 전체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증가한다.

 셋째 중국 요인이다. 중국은 거대한 잠재수요와 질, 양, 임금 등 우수한 인력과 발달된 시장 잠재력 등을 기반으로 선진 반도체회사를 유인해 세계 제1의 생산기지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가전분야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며 이동전화 단말기 등 첨단제품도 조만간 한국생산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국가의 산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한국의 강한 디지털 가전, 통신분야의 시스템 기술에 바탕을 둔 SoC기술의 제품화기술을 앞당겨야 한다. 이는 반도체 산업 제2도약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무선 네트워킹 분야, 고속·저전력 디지털 및 아날로그 회로분야 등의 핵심역량이 반도체 SoC화에 유입돼야 하며 이를 통한 SoC 원천기술 개발 확보만이 후발 경쟁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둘째 메모리 산업에서 마련한 강력한 반도체 첨단 생산기술을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해 향후 10년 이내에 등장할 모든 기술장벽을 타개해야 한다. 세계적인 컨소시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50㎚ 이하의 소자 생산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조기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비 및 재료산업 역시 이러한 핵심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경쟁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상의 전략을 달성하려면 정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의 발진과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핵심기술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국가 반도체 프로젝트는 대규모 센터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이곳에서 기술 및 인력의 양성이 되도록 체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대형 SoC센터, 아날로그설계센터, 새로운 메모리 재료·구조·50㎚ 이하 장비·소재 등의 연구센터를 설립해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통신, 컴퓨터시스템 전공자들이 반도체 SoC 기술분야로 유입되도록 대형 SoC센터를 대학 및 연구소에 설립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반도체산업의 제2도약은 핵심인력과 기술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는 대규모 대학 및 연구소를 중심으로한 센터의 설립과 강력한 지원에 의해 결정된다.

 유행에 의해 국가의 정책이 결정되고 쉽게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된다. 또 이 때문에 국가의 한정된 자원이 과도하게 한곳에 집중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우리가 달리면 경쟁국도 달린다. 첨단기술의 성장잠재력을 보장하는 반도체기술 및 산업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의 방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제2도약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