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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FTA 체결 全無…글로벌 경제 `왕따` 위기 ■

자유무역협정(FTA)과 도하개발아젠다(DDA).

 세계경제의 지역주의와 다자주의를 대변하는 FTA와 DDA는 일견 상반된 개념이면서도 21세기 차세대 국제경제를 읽는 핵심코드로 부각되고 있다.

 FTA의 경우 이미 지난 99년 칠레와의 협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수차례에 걸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와의 체결 협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DDA는 오는 2004년 말까지 협상안을 마무리해야 한다.

 9월 현재 국제적으로 162개의 FTA가 체결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와도 이를 맺지 못한 채 국제적 ‘왕따’로 몰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업종에 따라 FTA 체결에 대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FTA 체결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FTA는 특히 체결 상대국가에 따라 이해가 얽히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최근 우리 기업의 동아시아 FTA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중국·동남아 등 동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상당수(조사대상의 82%)가 이들 국가와의 FTA 체결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FTA 체결이 유리하다고 답한 업종 중에는 전기·전자·정보통신 업종이 45.5%로 2위인 자동차(23.7%)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일본과의 FTA 체결에 대해서는 중소업체, 특히 전기·전자업종의 반대가 드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홍순영 조사담당상무는 “전기·전자·기계·자동차 등 핵심 산업부문에서 대일수입이 크게 증가, 중소업체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안중일 국제통상과장도 “한일 양국간 FTA 체결시 한국 전자산업은 일본의 하청 또는 저가품 생산으로 특화되고 중국의 저가품 생산과의 경쟁으로 특히 전자부품 산업의 전반적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FTA 체결은 대상국별 전략을 달리해 접근하거나 한·중·일 또는 동아시아권 국가를 한데 묶는 이른바 ‘멀티 FTA’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지난 2월 발표한 ‘한일 FTA 체결이 전자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과의 FTA 체결이 불가피하다면 우선 전자산업 중 IT나 통신분야 등 양국간 기술력과 생산규모가 비슷한 업종에 한정해 시범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 경우 중국은 물론 ASEAN 국가들까지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DDA 협상은 서비스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이 거세기는 하나 통신분야의 경우 이미 상당부분 시장문호가 개방된 상태며, 우월적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이용해 DDA의 본격 발효시 상당한 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영화분야의 스크린쿼터제 폐지, 방송분야의 외국 프로그램의 편성제한 철폐 등은 우리에게 부담스런 요구안이다. 콘텐츠·캐릭터·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개방요구 역시 이제 막 이 분야에서 산업화가 시작된 우리에겐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특히 FTA와 DDA에 대한 국가적 준비가 종합적인 전략없이 땜질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은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다. 한국무역협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FTA 체결과 DDA 협상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상이한 기관들에 의해 개별 추진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일관된 목소리로 차분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인교 FTA팀장은 “FTA와 다자체제가 상호배타적이거나 보완적인 관계로 작용할 수 있어 일치된 입장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의 지역화와 개방화는 거스릴 수 없는 대세다. 비록 자신의 업종과 자사의 이익에 다소 대립된다고 해도 이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DDA(도하개바아젠다)` 협상 2004년말 완료■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는 9일부터 일주일간 전세계 142개국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WTO 제4차 각료회의가 열렸다. 중국의 WTO 가입이 공식 승인된 바로 그 회의다. 이 회의에서는 중국의 WTO 가입 이외에 뉴라운드 즉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공식 발효가 천명됐다.

 DDA는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새로운 세계무역 질서다. 이미 지난 6월에는 통신 등 서비스 시장에 대한 각국의 개방 요구안 제출이 완료됐다. 통상 WTO가 정한 시한이 정확히 지켜지지는 않지만 내년 3월까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서비스 시장에 대한 자국 개방안을 WTO에 제출해야 한다. 2004년 말로 협상이 끝나면 세계는 전혀 새로운 무역질서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현재까지 우리측에 통신·영화·방송 등 서비스 시장 개방확대 요구를 담은 각국의 양허요청안(initial request)을 살펴보면 △KT 등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를 비롯해 △외국 콘텐츠 배급·상영의 제한 폐지 △특급우편배달서비스 개방 △통관·물류 관련 온라인 정보 및 데이터 처리 개방 등이 있다. 우리가 다른 회원국에 요구한 사항 역시 이와 유사하다.

 전자·IT산업에 있어 DDA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DDA를 통해 우리 전자제품의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되곤 하던 반덤핑 등 비관세 장벽의 철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서비스 시장을 비롯해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는 영화·방송시장의 개방은 자칫 국내시장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어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쳐 협상에 임해야 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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