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엔진 단 디지털코리아 `초음속 질주`■
21세기 무한경쟁 시대 IT강국, 디지털 코리아는 ‘40대 IT기업’과 ‘10개 차세대 전략 품목’이 앞장서 이끌어간다.
전자신문이 대우증권과 공동으로 분석한 40대 IT기업에는 각 분야 대표주자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최첨단 기술로 해외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삼성전자를 필두로 디지털 가전의 세계적 거두로 올라선 LG전자, PCB의 맹주인 대덕전자,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삼성SDI 등이 가전·부품·반도체 분야의 대표기업으로 앞장서고 있다.
해외시장 진격에 여념이 없는 통신서비스·장비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통신인프라를 보유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통신명가’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KT, 아시아의 무선통신서비스 1등 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한 진격의 나팔을 불고 있는 SK텔레콤, 무선통신 단말기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팬택, 셋톱박스로 유럽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휴맥스 등이 새로운 수출역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SW·SI 기업들은 꾸준히 경쟁력을 키워나가면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기업용 솔루션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더존디지털웨어, 로커스가 앞장서고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삼보컴퓨터, 국내 SI 분야의 맏형격인 삼성SDS 등이 선도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디지털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인터넷·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온라인게임의 톱스타인 엔씨소프트, 인터넷 미디어포털의 아성을 쌓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네오위즈, 보안업계의 거두로 자리잡은 안철수연구소 등이 뛰고 있다.
40대 IT기업이 IT 전장터에 나갈 ‘특수부대’라면 10개 차세대 전략 품목은 부대원들이 무장할 ‘막강 신무기’다. 이들은 세계시장에서 ‘코리아’를 각인시킬 ‘국가대표 브랜드’이자 국가경제를 지탱해나갈 ‘대들보’다.
디스플레이 강국인 일본과 세계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지털TV와 평판디스플레이(FPD)는 ‘얇고 넓고 가볍게’를 모토로 삼아 세계 1등 상품으로 키우기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는 휴대폰을 포함한 차세대 단말기는 최근들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최대로 발휘된 품목. 또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영광을 이어갈 차세대 메모리와 시스템온칩 등도 최대 기대 품목군중 하나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최대국이라는 이점을 살릴 수 있는 e금융,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는 보안시장의 전략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체인식보안도 미래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첫손 꼽을 수 있도록 성장시킬 상품이다. 세계 10∼20대 수요층을 집중 공략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도 IT 선진국을 일궈낼 역군이될 수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원칙과 기본`으로 20년 앞을 보자 ■
시장과 환경변화에 대한 역동성만이 기업경영의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환경이 급변하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는 지혜가 절실하다. 변해야 할 것은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수용해야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업경영 철학에 면면히 살아 숨쉬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기업경영의 ‘원칙과 기본’이다.
70년대 개발경제 이후 앞만보며 달려온 한국 경제가 새로운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기가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하드웨어적 발전이었다면 앞으로 20년은 소프트웨어적인 성숙을 꾀해야 하는 청장년기다. 1, 2년도 내다보기 힘든 마당에 향후 20년을 준비하자면 무리한 주장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개인조차도 미래의 꿈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삶의 자세는 있는 법. 20년 구상을 거론하면서 기업경영의 자세, 원칙과 기본을 다시금 강조하는 이유다.
우선 국내 기업들이 시급히 받아들여야 할 경영문화는 디지털 마인드다. 단순히 서구적 합리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디지털 마인드는 한마디로 과학적·효율적인 기업문화를 체화하자는 것. 우리의 전통적인 아날로그 마인드가 주먹구구식 의사결정, 애매한 업무성과 측정 관행,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존하는 업무환경 등 고질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기업경영의 불문율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회계의 투명성 문제는 기업의 존립근거이기도 하다. 재무건전성, 소비자보호, 종업원 만족도, 주주 배당성향, 노동생산성, 연구개발(R&D), 신용도 등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바뀌지 않을 덕목들이다.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초창기 창업정신이자 기업가정신으로 내세웠던 것도 결국 이런 원칙들이었다.
기업경영의 원칙과 기본을 수립하는 일은 현재 경영관행의 폐해를 극복하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국내 일부 기업들이 세계적 반열에 오르고도 그룹 오너중심의 전근대적 지배구조탓에 해외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은 대표적인 사례다.
정실 위주의 인사, 만연된 접대문화, 인맥중심의 거래관계, 무분별한 투자관행,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만큼 나쁜 관습들이 널려 있다. 국내 기업들에서 경영철학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관행들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켜가겠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전제에서다. 여기서 ‘변화관리’의 중요성이 대두한다.
“변하고 싶으면 기업들은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기업이 영속성을 갖고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 한번의 변화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꾸준히 변화하기 위한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이병남 부사장의 지적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그래도 벤처는 살아있다 ■
2001년을 기점으로 벤처기업은 1만개를 돌파했고 코스닥 등록기업수도 800개를 넘어서 거래소 상장기업수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실을 나타내는 이익지표는 매우 취약한게 벤처의 현주소다.
지난 2000년 773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벤처기업은 지난해 3010억원의 적자로 반전돼 충격을 던져줬다. 1년 만에 1조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터져나온 각종 벤처게이트는 벤처 침체를 더욱 부추겼다. 지난 98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벤처기업이 성장기를 거쳐 지난 2000년 4월 이후 침체·조정기에 빠져든 것이다. 평균 시장가치도 미국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80억원 정도로 평균 7억달러(약 9000억원)의 나스닥 평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제 벤처는 없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 벤처인들은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벤처버블의 여파로 필요 이상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더 많은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능성은 급변한 산업환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신기술 등장과 소멸의 일상화 등 기술환경의 변화는 대기업이 모든 기술을 소유, 개발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대기업들마저 창업가 정신이 충만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벤처만의 고유한 장점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출 및 고용의 측면에서도 대기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벤처기업이 상당부분 수행하고 있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미 벤처는 한국경제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균형감각을 갖고 벤처기업 및 벤처업계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9년의 이상 벤처열기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는 벤처인들도 극소수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벤처는 여전히 충혈된 눈, 차가운 피자, 잠못드는 열정으로 상징되는 건전한 자세를 보유하고 있다. 벤처인들도 벤처 붐 시기에 등장한 거품을 거두어 내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버블도 성장을 위해 겪어야만 하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 온뒤 땅은 더 굳어지는 법이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벤처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