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이슈기획-e비즈 확산 위한 선결과제

 중소기업의 취약한 e비즈니스 인프라

20세기 말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불기 시작한 IT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관심은 21세기 진입기에 들어선 오늘 우리나라를 IT강국 반열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전세계가 놀라고 있는 ‘IT 원더풀 코리아’의 이미지는 항상 선진국을 답습하고 그들의 프로세스를 흉내내기에 급급하던 우리에게 ‘리드’와 ‘창조’의 미학을 깨우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제 우리가 ‘21세기 산업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e비즈니스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IT에서 얻은 자신감과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아직 전세계적으로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e비즈니스시장에서 다시 한번 ‘리드’와 ‘창조’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로 충만해 있다. 더욱이 e비즈니스는 IT와 기존 전통산업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역량을 모두 투입해볼 가치도, 명분도 충분하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2005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전자상거래 비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힐 만큼 범국가적 차원에서 e비즈니스 확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e비즈니스의 실제 주체인 기업들은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e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후순위로 밀고 있다. 물론 미래시장 선점 측면에서 e비즈니스가 갖는 가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에 대한 성과가 단기간에 보이지 않는 e비즈니스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e비즈니스 활성화의 걸림돌로 ‘경제의 불확실성’보다 ‘여건의 미성숙’을 우선으로 꼽는다. 아직 국내 경제가 오프라인 중심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업계로서는 e비즈니스를 추진할 실질적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가 절감하고 있는 ‘e비즈니스 확산을 위한 선결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중소기업의 취약한 e비즈니스 인프라 ■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와 산업에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e비즈니스 인프라 완비’가 곧 ‘국가 e비즈니스화의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e비즈니스산업에 있어 중소기업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으로는 국가 산업 e비즈니스 체제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이 전국 150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48.6점이었다. 사내에 정보화 조직이 정비돼 있는 기업이 29.2%에 불과하고 이들 기업마저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비율은 33.8%에 그쳤다. 더욱이 대부분의 중소기업 정보화 단계가 내부업무의 효율화 수준에 머물고 있어 본격적인 e비즈니스 추진은 현상태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도 중소기업의 정보화 없이는 산업의 e비즈니스화를 통한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중소기업 정보화사업을 추진했고 앞으로도 추진할 계획이지만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자금 부족, 인력 부족, 정보화에 대한 인식 부족은 중기정보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중소기업 정보화 추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홈페이지 구축이 확대되면서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제품 및 기업의 홍보·판촉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e비즈니스의 효과와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도록 꾸준히 중소기업간 또는 대기업과의 거래 시 e비즈니스를 적용하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과제’에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 대상업체 10만개 확대’와 ‘중소기업 e비즈니스 촉진기금 조성’을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전자상거래 표준체계 혼선 ■

 

 글로벌경제 환경 아래서 한 국가 또는 한 경제블록의 경쟁력은 관련 산업의 표준을 얼마나 주도하고 나아가 그 표준을 세계적으로 확산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e비즈니스만큼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빠른 분야일수록 조속한 표준체계 확립과 세계 표준과의 부합화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 전자상거래 관련 표준화와 기술개발정책은 유관 부처 및 기관별로 각기 추진되고 있어 담당기관간 업무중복과 표준화 관련 기관간 상호협력 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 표준화사업이 지연되고 또 이로 인해 기업의 전자상거래 추진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e비즈니스 활동을 체계화·전략화·국제화함으로써 2004년까지 차세대 e비즈니스 표준화 기반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세계 표준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개별기업별, 관련 기관별로 추진해오던 e비즈니스 관련 표준화 활동의 효율적인 추진을 목표로 민관합동의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ECIF)’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포럼도 기관 위상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의 미비, 기관의 독립성, 전자상거래 표준 전문인력의 미비, 표준개발 예산 미비, 주요 기업의 참여율 저조 등으로 본래 의도한 표준화 활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상거래분야 표준이 업계표준·국제표준 및 국가표준·사실상 표준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 각 부처와 해당업계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민관공동표준화활동기구를 적극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국제표준시장 움직임에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또 국내에서 개발된 e비즈니스 솔루션은 표준적합성 시험·인증·시범운영 등 표준의 보급 및 확산체계가 미약해 e비즈니스 솔루션을 활용하는 업체들이 사용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오프라인과 다른 온라인사업 환경 ■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e비즈니스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다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행 경쟁 관련 정책이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디지털경제의 확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등장은 시장을 획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현행 관련 기준이 모호해 e비즈니스 확산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할인판매는 경쟁을 통해 비용절감을 유도하는 전자상거래의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보험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유통경로를 갖고 있어 유통채널별 가격차별화가 가능하나 법령상(보험업법) 같은 상품에 대해서는 동일한 가격을 적용토록 규정하고 있어 e비즈니스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온라인 서점도 마찬가지여서 인터넷서점은 인터넷 할인판매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으나 출판및인쇄진흥법(안)에 의해 온라인 할인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또 전자상거래에서 취급하는 물품에 대한 규제도 e비즈니스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현행법상 주류와 안경 등은 전자상거래 불가 품목에 속한다. 주류의 경우 상위법령에서는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품목으로 돼 있지만 하위규정이 판매 가능한 방법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 전자상거래업체는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청소년보호대책으로 결제수단을 18세 이상만 발급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로 한정하는 방법 등을 활용해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경·콘택트 렌즈의 경우도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로 인해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전자상거래 불가품목들에 대해 국내외 전자상거래 경쟁력을 고려해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기업경영 적용 한계 ■

 

 e비즈니스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주체인 기업의 법제가 디지털경제 환경에 적합하도록 정비돼야 한다. 전자문서에 의한 주주총회의 소집 통지, 감독당국에 제출하는 서류의 전자문서화 등 국내에도 기업경영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근거 규정들이 각종 법률에 마련돼 있으나 관련 법률 중 문서작성 시 기명날인을 요구하는 등 구시대적 법규정이 잔존해 정보통신기술을 기업경영 전반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주주총회 소집 통지는 전자문서에 의해 가능하나 의결권은 전자적 방법에 의해서는 행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총회 참석을 위해 주주들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다수의 주주가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는 등 디지털경제에 맞지 않는 환경이다. 전세계적으로 주주총회 운영의 전자화는 소집 통지의 전자화, 출석·투표의 전자화, 전자네트워크의 주주총회 개최 순으로 진전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를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원칙 아래 전자적 기록에 의한 의결권 행사, 사이트 모델 개발 및 관련 법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도 올해 4월부터 인터넷을 활용한 의결권 행사, 총회 소집 및 주주제안권 행사 등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상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상업장부·서류 등과 관련해서는 상업장부 등을 마이크로필름, 기타의 전산정보 처리조직에 의해 보존하는 전자문서 방식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다만 법에 의하여 작성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하는 장부와 서류는 그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되어있는 원본을 보존하여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어 상업장부 전반에 대한 전산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