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전자신문 성년됐다-전문지의 현재와 미래

 ■`전문정보` 갈증 해소 폭발적 인기 ■

 인터넷의 확산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전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종합지로는 독자들의 다양하면서도 깊이있는 정보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기 벅차기 때문이다.

 경제지 분야에서 일기 시작한 전문지 바람은 이제 IT분야로 이어져 IT 전문지 창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으며 유통, 의류, 의학 등의 분야에서도 전문지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문지 바람은 이미 해외에서는 더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 전문지의 활약은 일찍이 100여년 전 경제지 분야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889년 창간된 이후 ‘세계 경제의 나침반’으로 불리며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해 9·11테러 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에도 신문을 정상적으로 발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많은 미국인들은 이 신문의 편집국이 위치한 본사 건물이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바로 맞은편에 위치했기 때문에 신문 발행 여부를 의심했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했고 미국인들은 미국 경제도 멈추지 않고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이 신문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기 이전이었던 1888년, 당시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 영국 런던에서 창간됐다. 연어색 인쇄지로 더욱 유명한 파이낸셜타임스는 발행부수는 많지 않지만 독자의 40% 정도가 기업 임원급일 정도로 수많은 경제계 리더들을 독자로 확보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경제신문’이 세계적인 경제전문지로 인정받고 있다. 발행부수면에서 전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경제신문은 금융전문가는 물론 대학생, 직장인 등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폭넓게 읽히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비즈니스위크’ ‘포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일본의 ‘닛케이비즈니스’ 등의 경제 전문 주간지들도 전세계 경제계에서 일간지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0세기가 경제전문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IT전문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가 모든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IT전문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IT분야를 다루는 주간지, 월간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겨났고 일간지 형태의 IT전문지도 확산되고 있다.

 IT분야의 일간지 발행은 서구권보다는 아시아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49년 창간된 이후 현재 IT산업의 근간을 이룬 반도체 및 부품 산업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전파신문’이 가장 대표적인 IT전문지다.

 전파신문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홍콩, 독일 등지에도 해외 지국을 두고 있다. 이 신문은 30년 전 자국 가전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영문 월간지 ‘AVI(Audio Video International)’를 발행해 지금의 일본 가전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이밖에도 일본에서는 일본경제신문의 닛케이그룹이 발행하는 ‘일경산업신문’을 비롯해 ‘일본공업신문’ ‘일간공업신문’ 등이 최근 IT산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IT업계 관계자들의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일경산업신문은 IT전문지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로 폭넓고 깊이있는 IT정보를 전달,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대만에서 발행되는 ‘전자시보(영문명 디지타임스)’, 중국의 ‘중국전자보’ 등도 아시아의 IT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IT전문지 중의 하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존 경제전문지가 IT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전세계 IT벤처업계의 ‘성지’로 부상한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IT전문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 신문은 매일매일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안을 비롯해 최신 IT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기고: 전문지가 나가야할 방향

이정춘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krfantasy@hananet.net■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전세계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의 발전은 산업 지도는 물론 일반인들의 생활상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몇몇 선진국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며 일부 부유층과 지식층만 겪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바야흐로 지구촌 전체가 정보기술의 영향 아래 새로운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는 언론매체의 전문화와 세분화도 빠질 수 없다. 언론학에 따르면 매체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세분화되면서 전문성을 띠게 된다. 이른바 ‘EPS’로 불리는 매체수용론은 사회 발전에 따른 매체의 변화상을 잘 설명해준다.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엘리트(Elite)’ 단계는 아직 사회가 성숙되지 못해 일부 지식층만이 매체를 수용할 수 있다. 다음 ‘대중(People)’ 단계에 접어들면 일반 대중들도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식층에 버금가는 매체 활용도를 보이게 된다.

 여기서 사회가 계속 발전을 거듭하면 ‘전문화(Specialize)’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일반 대중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게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정보를 요구하게 된다. 사회가 이 단계에 접어들면 기존의 매체는 제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기존 종합매체로는 깊이있는 정보에 대한 대중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는 이러한 전문화 단계의 길목에 서 있고 일부 선진국들은 이미 전문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수많은 전문지를 만날 수 있다.

 이미 경제지는 전문지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대중화됐으며 IT산업의 발전에 따라 IT전문지도 활성화되었다. 이밖에도 건설, 교통, 광고, 디자인 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 다양한 전문지가 우리 곁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매체의 전문화는 현대사회에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전문지를 원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종합지들도 부분적으로 전문화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상황이다. 언제부터인가 종합일간지는 ‘경제’ ‘정보기술’ 등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별도 섹션을 발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처럼 종합지가 전문화 경향을 수용한다면 기존 전문지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종합지의 전문화에는 한계가 있다. 종합지는 전문 정보를 다루더라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구독층인 전문지와는 정보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전문지가 종합지의 소재를 다루더라도 완전히 대중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전문지는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할까. 전문지는 특성상 독자 계층을 무한대로 늘려나가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전문지는 다양한 종류의 매체를 발행함으로써 발행부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 정보를 활용한 DB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하다.

 또한 인터넷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온라인 매체가 융성하더라도 오프라인이라는 기반 없이는 영향력을 확대하기 힘들다. 이는 곧 온라인의 주도권을 오프라인 매체가 쥐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지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기존 종합지 발행기관이 갖고 있던 보수적인 엘리트 의식을 답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에서 태어나고 발전하는 매체라면 당연히 그 내부의 문화도 새로워야 한다. 외부 의견을 귀담아 듣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는 전문지의 밝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온라인 뉴스: IT 뉴스사이트 영향력 엄청난 파괴력 ■

 21세기 언론매체의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뉴스의 등장이다. 신문이 가진 전문성과 방송이 가진 속보성을 두루 갖춘 온라인뉴스는 인터넷 이용인구의 빠른 확산에 힘입어 기존 매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온라인뉴스에서도 전문화 바람은 거세다. 특히 매체의 특성상 정보기술(IT)을 다루는 분야의 IT전문 뉴스 사이트가 주목받고 있다.

 IT전문 온라인뉴스 분야에서는 IT업계 소식을 24시간 쉬지 않고 전달하고 있는 C넷네트웍스(http://www.news.com)가 대표적이다. 지난 95년 설립된 C넷은 아태지역에서 8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독자층을 갖고 있다. 특히 C넷은 지난 2000년 IT전문 월간지 ‘PC매거진’으로 유명한 온오프라인 종합 미디어업체인 집-데이비스를 인수하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밖에 ‘테크웹(http://www.techweb.com)’ ‘와이어드뉴스(http://www.wired.com)’ 등도 IT분야에 빼놓을 수 없는 IT전문 온라인뉴스다.

 이처럼 온라인 뉴스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특징적인 경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다. 현재까지는 오프라인 매체가 제공하는 온라인뉴스 서비스가 순수 온라인매체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즉, 인쇄된 형태로 발행되는 전문지가 자체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을 온라인상에서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순수 온라인뉴스가 오프라인뉴스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쌓아온 독자층을 기반으로 온라인뉴스를 제공해야 진정한 뉴스매체로서의 역할을 해낼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의 원활한 수급을 원하는 네티즌들이 계속 늘어나는 한 전문지 분야에서는 온라인뉴스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C넷의 집-데이비스 인수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지 분야에서는 온라인뉴스가 기존 오프라인뉴스를 앞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