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미주리대학 객원연구원
ciyoon@kiep.go.kr
무역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세계 11위 무역대국인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에 걸쳐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해 왔음에도 아직 어느 나라와도 이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상대국의 관련 부문에 비해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의 농업부문에 대해 협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FTA로 이득을 보는 부문은 없는 것일까. 국가 전체 산업에 대한 계량적인 분석 없이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정보통신(IT) 산업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IT산업에서 간과될 수 없는 것은 표준전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네트워크시대에서는 한 분야에서의 기술우위보다는 표준장악이 경쟁의 요체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국제 표준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더욱이 WTO의 무역관련기술장벽협정(TBT)은 각국이 국제적 표준을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적어도 IT산업 부문에서 FTA를 적극 추진하고 해외시장을 조기 선점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따라서 IT산업 부문은 FTA를 능동적인 입장에서 보아야 하며 ‘정부에서 알아서 하겠지’ 하는 자세보다는 국가경제의 종합적인 발전 측면에서 FTA을 추진하고 지원해야 한다.
IT산업에 대한 국제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은 1996년 12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의 제1차 각료회의에서 이뤄진 정보기술협정(ITA)에서 찾아볼 수 있다. ITA에 서명한 28개 국가는 일부 예외는 있지만 2000년까지 컴퓨터·통신·반도체·인쇄회로기판(PCB) 등 IT제품에 대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기로 한 바 있다. 이후에 가입국은 39개 국가로 늘어났으며, 이들 국가간의 IT제품 거래는 전세계 교역규모의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IT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FTA의 조속 추진으로 보다 자유로운 IT제품 교역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IT부문에 있어 중요하다는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