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IT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새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 것이 바로 IT산업이다. 한국의 국가정보화지수가 지난해 세계 16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IT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IT산업을 국가 6대 전략분야 가운데 하나로 책정하고 인력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6867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이 IT인력양성에 투입된 것은 이같은 배경을 잘 반영하고 있다.
현재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부족한 IT인력을 확대 양성하고,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인력양성을 위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인력의 수적 확대를 위해 △IT전문교육 지원 △IT학과 교육장비 지원 △정보통신사이버교육 활성화 △정보통신교육원 운영 등을 위해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한 현장지향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IT교수인력 확충 △IT학과 커리큘럼 개편 지원 △IT분야 특성화 전문가 양성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IT인력양성은 정통부뿐 아니라 노동부·교육부·산자부·과기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적극적이다. 노동부의 미취업자 IT전문교육, 교육부의 IT분야 고급 연구개발 인력양성 지원, 과기부의 과학영재학교 운영 등이 그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그러나 정부의 IT인력양성 정책은 많은 예산규모와 정책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문제점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통부가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IT전문교육 지원이나 교육부의 미취업자 대상 IT전문교육 지원사업은 투자대상이 중복돼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한두번 받은 것이 아니다.
또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사후관리나 실효성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의 IT인력양성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교육기관마다 IT인력양성이라는 ‘문패’만 내걸면 예산이 지원되다 보니 교육현실도 많이 왜곡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직만 양산하는 반면 정작 필요한 전문인력은 키우지 못해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을 되레 가중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IT인력양성의 경우 무차별적인 예산지원보다는 우수 교수인력 확보 등 교육의 질적향상을 위한 쪽으로 정책을 가다듬고, 책임있는 정부기관을 지정해 IT인력양성 사업의 철저한 사후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BT산업=BT산업은 IT산업에 이은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BT산업의 엄청난 경제파급력이 속속 입증되면서 국내 업계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IT산업에 비하면 국내 BT산업의 경쟁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BT인력양성 사업은 아주 미약한 상태다. 현재 정부의 BT분야 인력양성 사업은 산자부의 첨단기술분야 단기 재교육과정과 국립보건원의 생물정보학 단기교육과정,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사업에서 BT분야 지원 등이 고작이다. 더구나 연구소 및 민간교육기관의 기능도 미약한 편이다.
하지만 BT분야 인력이 적다고만 할 수는 없다. 전국 대학을 중심으로 매년 전통적인 BT분야 인력이 무수히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생물학 등 전통적인 BT분야 인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생물학의 경우 매년 1만7500여명의 졸업생이 사회로 나오는 반면 첨단기술분야에 해당하는 유전체학·단백질체학 등 전공자는 수요에 30% 수준에 불과할 만큼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BT분야 인력양성 정책은 시장수요에 맞는 대학교육의 개선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받아들여 올해 바이오시스템학과 신설에 민자와 예산을 합쳐 180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학 체질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해 서울대에 ‘BT산업 기술인력 단기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한 데 이어 내년까지 5개 대학으로 이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한편 BT학과 신·증설을 적극 돕고 있다.
이밖에 BT교육과정을 운영중인 대학의 분야별 전문화·특성화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 BT전문대학원을 설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BT인력양성을 위한 올해 정부 예산은 30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 등 규모면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것도 80%가량인 251억원이 BK21사업의 일환으로 집행될 예정이어서 순수 BT인력양성 예산은 5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IT분야 인력양성에 686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조족지혈’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국내 BT산업이 아직 IT산업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산업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보니 업계보다는 대학에 한정된 지원정책을 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BT산업이 IT산업에 버금가는 시장규모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 전문가들은 정부가 너무 편중된 인력양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BT인력양성 정책이 대학을 중심으로 몇 개의 단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치고 있는 데다 사업 규모도 2억원을 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다.
◇NT산업=NT산업은 IT·BT산업보다 조금 더 미래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초미세 나노기술이 일상생활이나 산업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기술인력난은 NT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2005년이면 전문인력이 1750여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나노기술을 국가 전략기술 분야로 키워 2010년까지 세계 5대 나노기술 강국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정부는 올해 NT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지난해보다 93.1% 증액한 2031억원을 배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NT분야는 물리·화학·재료·전기전자·생물·기계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는 다학제적 기술분야라 보다 세심한 인력양성 정책이 요구된다. 그만큼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부터 오는 2007년까지 NT산업 인력양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인력수급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나노기술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각 부처에서 필요한 수요에 맞춰 전문가수를 조정,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최근에서야 확정돼 내년부터 처음으로 시행되는 등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NT분야 인력육성책은 BT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부의 BK21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 대부분이다.
NT분야 인력양성 정책으로 과기부가 시행하는 NT고급연구인력 양성사업도 내년에야 처음으로 예산이 반영될 예정이다. 더구나 이 분야에는 교수인력이 태부족한 데다 연구시설이나 기자재가 매우 적어 고급인력양성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인력양성에 앞서 신기술 분야의 교수요원 및 핵심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더불어 산·학·연 협력을 통해 적은 실험·실습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 협동연구를 통한 기술이전도 적극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 다학제적 기술분야라는 특성을 감안해 대학이나 정부출연기관에 단기 훈련 프로그램을 신설, 여러 분야 연구인력이 수강함으로써 전문인력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CT산업=CT산업은 최근 영화·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등이 대중적으로 각광받으면서 중요한 미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산 영화와 게임의 경우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 미래산업으로서 가능성을 더욱 밝히고 있다.
특히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규교육기관으로 2년제 이상의 대학과 대학원이 200개를 넘어섰으며 비정규교육기관인 학원이나 아카데미를 합치면 300여개가 넘는 교육기관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상태다.
정부도 핵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해 ‘콘텐츠코리아 비전21’을 수립하고 문화콘텐츠 교육 프로그램 확충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CT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이라는 인식이 아직 사회전반에 확산되지 않은 데다 정부의 예산책정시에도 크게 반영되지 않아 우수 인력확보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CT분야 인력양성 예산은 고작 54억원에 지나지 않았으며 올해에도 211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CT분야 인력양성 사업으로는 아카데미(게임·영화·방송) 운영, 사이버 문화콘텐츠 교육과정 운영, 교육기관 장비 및 프로그램 지원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20억원을 넘지 않는 적은 예산으로 운영돼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CT분야의 경우 개발인력의 80%가량이 고졸학력 수준의 단순 기능직으로 ‘풍요속 빈곤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일부 분야에 사람이 편중되면서 인력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영화·방송 등의 경우 양적 수급에 큰 문제가 없으나 게임·애니메이션 등 새로 부상하는 산업의 경우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교육기관에서 시장수요에 대한 예측이나 질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인력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CT분야에서도 성장가능성과 잠재력이 유망한 분야의 인력을 집중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CT분야의 핵심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창작 및 기획인력 양성에 보다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산업과 순수문화예술 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CT분야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전환과 이에 따른 규모의 인력양성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 이상 전문인력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