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 리치프라자 대표

 “평생동안 수재의연금을 납부할 생각입니다. 강원도 수해지역 일대를 돌아본 피해 상황이 마치 전쟁과 같았습니다. 저를 비롯해 자원봉사 나간 일행이 일정을 마치고도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정철 리치프라자 사장(49)이 ‘평생 동안 수재의연금 납부’라는 엉뚱한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김 사장이 이를 위해 선택한 방법도 독특하다. 테크노마트에서 휴대폰과 PC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휴대폰 1대를 팔았을 때 자신이 1000원, 고객이 1000원 납부하는 방법으로 모금하겠다는 것이다.

 “고통을 서로 나누자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돈을 일시에 낸다면 쉽게 잊혀지겠지만 십시일반 조금씩 마음에서 우러난 정성을 모으면 수재민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소 힘들지만 복잡한 방법을 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 사장은 이미 몇몇 매장 주인과 뜻을 모아 1000여만원에 달하는 기금을 쾌척했다. 이에 앞서 지원자를 모아 강원도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추석을 전후해 식구들과 함께 다시 자원봉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외에도 20년 전부터 한국복지재단과 함께 불우아동을 돕고 있다. 김 사장의 남모르는 선행은 그의 인생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김 사장은 전자유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30년 전 세운상가 매장 점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용산과 테크노마트에 7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렵고 힘들게 번 만큼 필요한 데 값지게 쓰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자신이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자신과 남을 위해서 회사가 축적한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 사장은 “현장에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이번 수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모든 사람의 작지만 소중한 관심을 촉구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