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오늘` 만든 사람들 빛나는 공적 영원히 기린다

 전자신문이 창간 20돌을 맞아 17일 ‘IT 명예의 전당’ 계획을 발표한 것은 IT산업의 초석을 다진 사람들을 ‘나 몰라라’해선 안된다는 각계의 반응에 따른 것이다.

 특히 IT산업은 국내 수출산업을 주도하면서 기간산업으로 톡톡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평가작업이 없었다. 고작해야 수출을 격려하기 위한 ‘수출의 탑’ 정도가 있으나 여러 산업계를 고루 격려한다는 점에서 IT산업은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이에 전자신문은 ‘IT 명예의 전당’을 통해 IT산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사와 연구개발 공로자에 대해 이에 걸맞은 명예를 부여하고 산업계에 의욕을 북돋우려 한다.

 ◇설립 배경=국내외에선 성장의 밑거름이 되거나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을 찾아 시상하는 ‘명예의 전당’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나 연예계에 이 제도의 운영이 활발하다.

 미국 골프협회와 야구협회는 경기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선수들을 명예의 전당에 헌정해 공로를 기리고 후배 선수들의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전자신문이 마련한 ‘명예의 전당’도 이 같은 맥락이다.

 다만 IT산업계 인물을 대상으로 하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사실 국내 IT산업계 인물들은 그간 국내 산업과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오늘의 IT산업이 있기까지 역경을 딛고 연구개발과 시장창출에 매진해온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에게 그 공로에 걸맞은 명예를 부여하자는 게 이번 ‘IT 명예의 전당’ 설립의 근본 취지다.

 ◇어떻게 운영하나=일단 각계 인사 10여명으로 ‘IT 명예의 전당 추진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선정 원칙을 비롯해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를 심도있게 논의하게 된다.

 헌정 분야는 크게 두가지다. IT산업 발전에 기여한 산업발전 부문과 연구개발 수준을 끌어올린 학술진흥 부문이다.

 심사는 1차 후보심사와 2차 본심사로 나뉘어 이뤄지며 중간 과정에 산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투표단 규모는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가급적 많이 참여하도록 해 심사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후보 추천과 실무 운영을 위한 사무국은 별도로 운영된다.

 ◇향후 일정=올해 첫 출범하는‘명예의 전당’ 헌정자는 매년 전자신문 창간기념일(9월 22일) 맞춰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헌정자 선정은 한 해에 2∼3명으로 국한하며 외국인에 대해서도 개방함으로써 ‘IT 명예의 전당’의 권위를 높일 예정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정키로 결정된 인물은 헌정패를 부여하는 한편 서적, 편지, 연구결과물, 연구복 등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사물을 별도의 공간에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관은 장기적으로 IT사이언스 홀로 확장할 방침이다.

 또 오프라인과 별도로 사이버 명예의 전당을 설치해 헌정자의 이력과 사진, 발언 등을 소개하며 자서전 또는 기념서적을 발간해 그를 기억하도록 할 계획이다.

 

■헌정자 어떻게 뽑나 ■

‘IT 명예의 전당’ 심사위원회는 심사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저명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대학과 연구소의 총장 또는 연구소장과 학계·산업계의 원로급을 중심으로 10명 정도로 구성하며 심사위원장은 위원 가운데 호선할 예정이다.

 심사위원회는 사무국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산업과 학술 진흥에 대한 기여도를 중심으로 산업발전 부문과 학술진흥 부문에 각각 1명씩 선정하게 된다.

 후보 추천은 심사 이전 한달 동안 본지와 웹사이트(http://www.etimesi.com)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누구나 추천할 수 있으며 다만 소정 양식의 추천서와 이력서, 활동 내역 등을 통해 왜 헌정돼야 하는지 밝혀야 한다.

 전자신문은 공개 추천을 받은 사람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투표를 진행하고 이 투표를 바탕으로 부문별 후보자 10명씩 20명을 선정한다.

 심사위원회는 후보자를 대상부문별로 최종 후보 2∼3명을 선정하고 이들 후보 가운데 최종 심사에 들어가 만장일치로 최종 헌정자를 선정한다. 헌정자는 한해 각 부문 1명씩을 원칙으로 하되 심사위 평가에 따라 복수 헌정도 가능하다. 물론 그 해 헌정자가 없을 수도 있다.

■국내외 운영사례 ■

명예의 전당 헌정 제도는 방송·체육·음악·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사이버 명예의 전당으로는 중기 명예의 전당, 벤처 명예의 전당, 방송 명예의 전당, LPGA 명예의 전당 등이 있으며 기업이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운영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 보험 명예의 전당 등이 운영되고 있다. 각종 업계와 기업들의 명예의 전당은 일종의 분야별 ‘노벨상’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명예의 전당은 메이저대회 수상경력을 점수로 환산,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를 통해 여성 골프인의 위상과 협회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자의 업적을 기리는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이 설치돼 운영중이다. 이 명예의 전당은 서울 과학관 특별실에 위치해 있으며 명망있는 과학기술자들의 연구 업적 등을 전시한다.

 한국능률협회가 운영하는 한국의 경영자 명예의 전당도 건립됐다. 이 전당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덕망있고 유능한 경영자를 발굴,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후대에 경영 기록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운영하는 벤처 명예의 전당에는 벤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선정해 상을 주고 업적을 알린다. 벤처 명예의 전당에서는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투표를 통해 벤처산업에 공로가 큰 기업인과 학계·언론계 정부 관련 인사를 선정, 상을 수여하고 업적을 온라인상에 별도의 콘텐츠로 구성해 널리 알린다.

 이외에도 일반 기업에서 직원의 사기 앙양을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방송의 경우 한국의 대중문화 발전에 공한한 사람을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 서울은행은 고객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한 직원을 선정하며 삼성·포항제철·현대자동차 등에서도 창업자 및 직원들의 명예를 기린다.

 지금까지의 명예의 전당 제도는 각종 기업과 특정분야에 한정된 것이 대부분이다. 전자신문사가 추진하는 IT 명예의 전당은 한 분야나 기업의 단위를 넘어 IT분야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IT원로 어떤 사람들 있나 ■

 국내 IT산업 역사는 크게 두 단계로 요약된다. 선진국으로부터 어렵사리 기술을 이전받아 전자산업을 일으킨 전반기와 전자산업의 토대 위에 IT산업이 발전한 후반기다. 전반기는 ‘과학입국’과 ‘전자입국’이라는 말, 후반기는 ‘IT강국’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전반기를 이끈 인물들로는 각각 전자입국과 과학입국의 초석을 마련한 김완희 박사, 최형섭 박사 등과 전자산업계를 부흥시킨 강진구 삼성전자 전 회장, 이헌조 LG전자 고문 등이 대표적이다.

 후반기 IT산업 정책기조를 세운 오명 아주대 총장 등 역대 정보통신부 장관들을 포함한 정책 관료와 인터넷 기초를 다진 전길남 박사 등 학계 원로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전자와 IT분야의 가교 역할을 한 인물 등도 오늘의 국내 IT산업을 있게 했다.

 이들은 스스로 IT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자부심과 아울러 소속 단체와 회사 후배들로부터 원로로 대접받으며 정부 차원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산업 및 연구계가 이들에게 공식적인 원로의 이름을 부여한 적은 없었다.

 전자신문이 이번에 ‘IT 명예의 전당’을 마련한 것도 초기 전자산업에서부터 최근의 IT산업까지 망라해 공로자를 재조명함으로써 후학들의 거울로 삼기 위한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