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이 성년이 됐다.
1982년 9월 22일 전자신문이 창간의 기치를 높이 들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컬러TV시대가 열렸고 가전산업이 이제 막 세계로 용틀임하던 시기였다. 이후 전자신문은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혁명의 동반자로서 전자·정보통신업계 및 독자들과 함께 2인3각 달리기를 해왔다.
이제 전자신문은 성년이 된 자각과 긍지를 가지고 21세기 정보기술(IT) 산업발전을 위한 솔선수범을 다짐한다.
◇전자업계의 정론지로 탄생=70년대 한국 전자산업의 대부로 통하던 컬럼비아대학교수 김완희 박사는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 진흥에 산·학계의 열정을 모아 전자신문(당시 전자시보)을 창간했다. 특히 80년 5월 17일에 선포된 비상계엄령의 후속조치로 터져나온 언론기관 통폐합으로 말미암아 붓을 꺾어야 했던 해직 언론인들이 대거 전자신문에 합류하면서 전자·정보산업 정론지로서의 토대를 마련했다.
실제 성의경 전자신문 초대 편집국장은 “언젠가 ‘해직기자들 어디서 무얼하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모 월간지에 실린 적이 있는데, 해직기자 출신 16명이 재직하고 있던 전자시보(전자신문 전신)가 가장 많은 수 였다”고 회고했다.
군부정권은 80년과 81년 사이에 15개 신문·통신·방송사의 문을 닫게 만들고 언론인 1917명을 회사 밖으로 내몰면서 새 매체의 탄생에 장애가 됐다.
김완희 박사의 자서전에 따르면 언론통폐합으로 다수의 ‘신문’들을 폐간시킨 부담을 느낀 문공부 관계자들이 제호를 임의로 ‘전자신문’이 아닌 ‘전자시보(時報)’로 바꿀 정도로 그만큼 새로운 매체의 탄생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신문은 5공화국이 허가한 첫 언론매체로서 출발, 그만큼의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전자신문은 정부, 업계, 학계, 연구계에 국내외 최신 기술동향과 시장정보를 적시에 공급하는 전문지로서 산업발전에 기여했다. 또 85년 주 2회 발행체제로 전환하면서 전문지로서는 드물게 사설란을 신설, 정론지로서의 발전을 도모했다.
이와 함께 85년 2월 국내 최초의 전자정보통신연감인 ‘한국전자연감’을 발행하고, 87년 3월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SEK)를 개최하는 등 도약을 준비했다.
◇일간시대의 개막=우리나라 전자산업은 부품과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지난 87년에 100억달러, 이듬해 151억6200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리며 섬유산업을 제치고 수출 1위 산업으로 부상했다. 특히 89년을 정점으로 소련과 동구권이 경제적으로 무너지면서 세계 전자산업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전자산업 수출이 늘어나고 동구권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전자신문 일간화의 토대가 마련됐다.
전자시보의 일간화 전환작업은 89년 6월 문공부에 일간지등록신청서를 접수하면서 궤도에 올랐으며, 같은 해 9월 7일 ‘전자시보의 종간’을 알렸다. 이후 ‘電子新聞(The Electronic Times)’이라는 제호 아래 격일간 발행을 거쳐 91년 4월 1일부터 주 6회를 발행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일간지로 거듭났다.
일간발행을 시작한 이래로 전자신문은 90년대 중반까지 주간전자저널을 창간하고, PC통신 뉴스서비스를 개시했으며, 국내 최초로 IT활용 전문섹션인 ‘정보생활’을 발행하면서 최정상의 전자·정보통신 전문 일간지로서 면모를 일신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월드’를 유치하고 CD롬 매거진(클릭)을 만드는 등 왕성한 사세확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최정상의 전문일간지 위상 구축=90년대 들어 전자산업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우선 가구당 컬러TV 보급대수가 89년 1.04대, 93년 1.35대, 95년 1.37대로 확대되면서 가전제품의 소유가 가족단위에서 개인단위로 옮겨갔다. 또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진공청소기 등 한국형 가전제품이 일반화되고 하나의 기기로 2개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제품이 등장했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이 본격화되고 컴퓨터·인터넷·이동통신산업이 빠르게 부상해 전자산업 전반이 중흥기에 접어들었다.
이같은 변화의 밑바탕에는 91년에 개발된 시분할방식교환기(TDX)-10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기술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고 D랩 반도체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은 결과다.
전자신문도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눈부신 성장을 토양으로 삼아 일취월장했다. 실제 93년에 만성적자의 굴레를 벗고 흑자경영에 성공한 이래로 9년간 플러스 경영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전자신문은 신문제작자동화시스템(CTS)를 도입하고, 기사기명제를 실시하는 등 내·외적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최정상의 전문일간지로 우뚝 섰다.
이에 힘입어 94년에 전자신문이 초청한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국내에서 ‘빌게이츠 신드롬’을 일으키는 등 독자들로 하여금 매체의 위상과 영향력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디지털시대 지식종합지로의 웅비=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의 등장, e비즈니스의 대중화, 디지털 가전의 부상 등 21세기 초입의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새로운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특히 90년대 말 국제금융기구(IMF)체제하에서의 고통을 이겨낸 관련 산업계의 왕성한 도전정신이 무르익고 있다.
전자신문은 새천년의 개막을 앞둔 99년 10월 4일 창간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및 지면 개편을 단행하고 ‘디지털시대 지식종합지’를 향한 나래를 활짝 폈다.
기존 정보생활부·산업전자부·유통부 등을 통폐합하고 인터넷부·디지털경제부·기획취재부를 신설하는 등 13부 1팀의 편집국 체제를 13부 24팀으로 개편한 것. 이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결단이었으며 최근까지 산업변화와 독자편의에 근접한 체제개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전자신문은 △열독률과 기업구독률 1위 △고객만족도 1위 △기사유익성 3위의 매체(코리아리서치·전자신문 공동조사)로 탈바꿈했다. 또한 전자신문은 정보성, 미래지향성 등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여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전 시나리오=82년 국내 최초의 전자정보통신 전문지로 출발한 전자신문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거듭 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동안 전자신문은 150여 전문기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넓히면서 일반 독자 30만, 온라인 독자 50만명을 보유한 굴지의 전문일간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성년이 된 전자신문은 이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유지할 것이다. 전자신문이 IMF와 같은 위기 속에서도 곧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튼튼한 경영기반에서 비롯된 결과다. 전자신문은 앞으로도 온·오프라인뉴스, 전문콘텐츠서비스, 리서치, 온라인출판 분야로 매출기반을 과감하게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IT 기반의 문화·바이오·환경·초미세공학 등의 분야로 관심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같은 준비작업은 유무선인터넷·케이블·위성 등 멀티채널을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 전자신문이 토털 미디어네트워크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전자신문은 국내외 우수 인력을 대거 유치하고, 유관 매체 및 기업들과 활발하게 제휴해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2010년까지 종합미디어연구소, 콘텐츠·교육전문회사를 설립하는 한편 21세기에 걸맞는 조직구조 개편을 민첩하게 진행해 국내 5대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