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유엔의 무기 사찰을 수용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17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매수로 2000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날보다 22.42포인트(3.18%) 상승한 726.8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1.77포인트(3.31%) 오른 55.22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정보기술(IT)주들도 오랜만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거래소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7억원, 26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금액기준 거래소 순매수 1위 자리에 올려 놓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4.43% 오른 34만2000원을 기록했다. KT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4.98% 상승한 5만4800원으로 마감됐다. SK텔레콤의 주가도 전일대비 3.66% 오르며 강세를 보였지만 외국인들은 이틀째 매도 우위를 고수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통신주들의 상승률은 거래소보다 높았다. 하나로통신이 무려 8.67%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으며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6.25%와 3.3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증시뿐만 아니라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3.27%와 3.96% 오르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이라크 발 호재에 힘입어 일제히 동반상승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동안 증시를 억눌렀던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및 유가급등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반작용으로 주가가 급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라크의 무기 사찰 수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확인과 사찰 과정에서 생길수 있는 변수들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전쟁 발발 여부에 초점을 두고 단기적 대응을 하는 것보다는 낙폭이 큰 업종대표주나 실적호전 중소형주를 매수하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때라고 분석했다.
이필호 신흥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앞둔 데다 6개월 미만 단기예금 규모가 급속하게 커지는 등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등 전쟁 이외에도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변수들을 확인하며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