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연휴가 시작된다. 젊은 연인들은 3일을 어떻게 보낼까 머리를 맞대고 며느리된 자는 명절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아이들은 용돈으로 어떤 장난감을 살까 들뜨고 일부 IT직장인들은 휴일기간 동안 비상근무 대기순서를 짜면서 절반이 날아간 휴일을 아쉬워한다.
이렇듯 추석연휴를 바라보는 심정은 처지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든 하루쯤의 여유는 있는 법.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놓치고 지나간 좋은 영화 한편 골라 보자. 군것질거리를 쌓아 놓고 거실에 편안히 누워 감상하는 영화 한편이 때로는 교통체증과 사람짜증만 나는 어설픈 나들이보다 더 나을 때가 있다. 추석 때 볼만한 비디오·DVD타이틀 15편을 골라봤다.
◇몬스터주식회사
몬스터주식회사도 빼놓을 수 없는 수작. 어린이들의 비명소리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몬스터주식회사 소속 괴물들은 우연히 자신의 나라에 들어오게 된 인간 소녀를 되돌려 보내기 위해 갖가지 사건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비명보다는 웃음소리가 더 큰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내용.
◇마리이야기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에 빛나는 이성강 감독의 작품.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동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는 스토리와 함께 목소리 주인공으로 안성기, 이병헌, 배종옥 등이 참여해 친숙한 느낌을 더했다. 바닷가 외딴 마을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 어머니와 사는 열두살 소년 남우는 어느날 우연히 학교앞 문방구에서 신비한 빛을 내뿜는 구슬을 보게 된다. 그 구슬은 환상의 소녀 마리의 흔적이다.
◇패닉룸
조디 포스터 주연의 스릴러. 에일리언3, 세븐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거폰을 잡았다. 미국에서는 개봉 몇주동안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국내 흥행은 저조한 편. 그러나 영화보는 재미는 결코 만만치 않다. 뉴욕 맨해튼의 고급주택. 멕은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 온다. 그 집에는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안전한 공간 패닉 룸이 있다.
◇후아유
최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 아바타 채팅을 소재로 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세대적인 코드가 들어있다. 자녀들이 아바타 채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엿보는 듯한 기분으로 감상해도 무방. 채팅게임 후아유의 기획자 형태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수족관 다이버 인주에게 필이 꽂히면서 현실과 사이버세계를 넘나드는 둘 사이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
21세기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덴마크 출신 스테판 휄드마크 감독의 애니메이션.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보는 가족영화로 무방하다. 우연히 마법의 약을 먹고 날치와 불가사리로 변한 아이들이 48시간 내에 해독제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을 재미나게 그렸다. 심한 장난꾸러기 플라이와 그의 여동생 스텔라는 어른 몰래 집안을 빠져나와 우연히 바다속 동굴 속에 빠져들고 마법의 약을 마시면서 물고기로 변해 버린다.
◇뷰티풀 마인드
제74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을 거머쥔 뷰티풀 마인드도 강력 추천작. 정신분열증을 앓는 존 내쉬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러셀 크로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스무살 때 게임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릴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은 수학자 존 내쉬의 실제 삶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반지의 제왕
반지를 둘러싼 선과 악의 대결, 다양한 인간군상의 욕망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반지의 제왕은 8월 출시된 이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디오 대여시장에서도 몇주동안 1위를 놓치지 않았으며 DVD타이틀도 5만장에 가까운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반지의 제왕은 일회성 감상은 물론 자녀들을 위한 추석 선물로도 괜찮은 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두 말할 필요가 없는 화제작. 아직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12월 2탄이 극장개봉 예정이니 1편을 미리 한번 봐두길. 해리포터는 위압적인 버논 숙부와 냉담한 이모 페투니아, 욕심많고 버릇없는 사촌 더즐리 밑에서 갖은 구박을 견디며 계단 밑 벽장에서 생활한다. 11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날 해리에게 초록색 잉크로 씌어진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면서 해리포터의 환상적인 모험여행이 시작된다.
◇피터팬-리턴투네버랜드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피터팬에 나온 주인공들이 성장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교훈적 내용과 함께 풍부한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유명 뮤지션의 뮤직 비디오, 단편 만화와 게임 등을 수록한 특별 보너스가 제공돼 온 가족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
◇위대한 비상
자크 페렝 감독의 다큐멘터리. 곤충의 세계를 그린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만든 제작진이 5년간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가며 만든 야심작이다.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계절이 바뀌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기러기, 검은 목 두루미, 흑기러기에서부터 백황새, 북극 제비갈매기, 펠리칸에 펭귄 등 27종의 여정을 담은 섬세한 영상이 경이로울 정도. 아이들 선물로도 그만이다.
◇오스모시스 존스
몸 안에는 건강을 지키는 또 하나의 사회 시스템이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아내가 죽은 후 전혀 건강을 돌보지 않고 지저분하게 살아가는 프랭크. 땅에 떨어졌던 음식도 마구 집어먹고 상한 굴을 먹는 등 건강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몸 속에서는 프랭크 경찰서 소석의 젊은 백혈구 경찰 오스모시스 존스가 갖가지 병균들로부터 그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프린스앤 프린세스
미쉘 오슬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2001년 부산영화제 관객에게 갈채를 받은 작품으로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취했다.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용기를 내서 111개의 다이아몬드를 찾아 공주의 마법을 푸는 왕자. 싱싱한 무화과의 맛과 바보스러우리만치 순수한 소년의 정성에 감복해 버린 거만한 여왕. 군중들의 비웃음에 개의치 않고 차분히 때를 기다리다가 멋쟁이 마녀와 사랑에 빠지는 청년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아멜리에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아멜리에의 몽환적인 성적 상상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오랜만에 느끼는 다정한 아빠 손길에 주책없이 심장이 뛰기도 하는 좀 독특한 소녀 아멜리에는 엄마가 어느 날 노틀담성당에서 뛰어내린 관광객에 깔려죽는 바람에 혼자 남는다. 어느 날 우연히 열어본 상자 안에 담긴 구슬과 플라스틱 군인, 빛바랜 사진 따위가 인생을 바꿔 놓을 줄이야….
고양이를 부탁해
어수선한 추석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작품성에서 큰 호평을 얻었다. 20살 인생의 다양성과 각 삶들간의 조우가 인상적이다. 착하지만 엉뚱한 태희, 예쁜 깍쟁이 혜주, 그림을 잘 그리는 지영, 명랑한 쌍둥이 비류와 온조는 단짝 친구들. 늘 함께였던 그들이지만 스무 살이 되면서 길이 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지영이 길 잃은 새끼 고양이 티티를 만나면서 스무 살 그녀들의 삶에 고양이 한 마리가 끼어들게 된다.
존큐
부성애를 다룬 영화. 덴젤 워싱턴, 로버트 듀발, 제임스 우드, 앤 헤이시, 레이 리오타 등 초호화 배우들이 열연한다. 단란한 가정의 자상한 아버지였던 존큐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거대한 미국을 향해 벌이는 인질극이 가슴을 울린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