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스템통합 성공해야 은행간 합병 제대로 된다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가 확정되고 국민은행이 오는 23일부터 옛 주택은행과의 통합 정보시스템 가동에 들어가는 등 대형화를 향한 은행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통합은행간 정보시스템의 성공적인 통합이 금융권 구조조정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시스템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상대 은행직원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경우 은행간 합병 작업이 오히려 경쟁력 악화와 조직와해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국민은행 통합 정보시스템 가동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하나은행이 선택할 통합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초 옛 주택은행과의 시스템 통합과정에서 옛 국민은행 노조의 극심한 반발을 겪었던 국민은행은 통합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IT전략운용에 중대한 불안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23일 정상 가동을 앞두고 김정태 행장을 비롯한 전직원 절반이 추석 연휴 기간 정상 출근하기로 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주택은행 시스템과의 통합으로 정상가동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상당한 손실을 겪었다. 옛 국민은행이 2년여 동안 5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차세대 시스템이 못쓰게 됐고 시스템 통합후 향후 3년간 10억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예상되는 손실을 무릅쓰고 합병한 만큼 새로운 시스템이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은 계정시스템으로 모두 IBM 기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 통합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특히 충청은행 및 보람은행과의 시스템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의 시스템통합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과거 통합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원장일괄이행방식을 적용하면서 피인수은행의 정보성 데이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해 진정한 시너지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아 대응이 주목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권이 은행간 합병을 논의하기 전에 정보시스템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I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합병은행에 대한 이슈는 조직융화 등 문화적 통합에 국한됐으며 정보시스템 통합도 일정에 따른 서비스 개시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세계적인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통합 정보시스템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