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의 힘이 정치 분야에서 날로 뻗쳐나가면서 ‘전자 정치(e폴리틱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기정위의 ‘서류없는 국감’이 네티즌의 호응을 얻자 국회는 의정활동 관련 서류 제출을 전자화하기로 하고 이달말까지 관련 시스템 공급자를 선정, 내년초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꼭 3개월 남긴(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와 정당간의 사이버 대결도 불을 뿜고 있다. 민주당·한나라당 등은 인터넷팀이나 사이버위원회 등을 구성해 네티즌을 향한 표다지기에 나섰다. 두 당은 또 일부 의원들이 선거운동을 관리하는 지지자관계관리시스템(SRM)을 당 차원으로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지난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전자투표를 성공적으로 실시해 가능성을 제시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2년 뒤 국회의원 선거를 목표로 총 600억원을 들여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개인홈페이지를 활용한 인터넷 정치도 활발하다.
김영환·원희룡·맹형규·김민석 등 일부 국회의원들은 SRM 또는 자금관리스템을 활용, 홈페이지를 통한 단순한 의정 활동 소개를 넘어 유권자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개혁적 국민정당을 창당한 유시민씨는 인터넷 을 중심으로 단숨에 2만명의 당원을 모집했다.
정치인들이 인터넷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용자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인터넷 이용자는 2565만명으로 국민의 절반을 넘는다. 정치에 무관심한 20∼30대 젊은이를 끌어들이려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지개를 켠 우리의 전자 정치는 그러나 선진국에 비하면 초보적인 단계다. 지난 2000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전에서 ‘사이버대통령’을 내세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인터넷을 통해 8만6000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와 거액의 기부금을 모집해 ‘인터넷의 힘’을 과시했다.
반면 우리는 정치 자금 모금은커녕 인터넷 신문의 대담이나 광고도 선거법으로 막고 있다.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는 “올해 대선에서 TV 못지 않게 인터넷의 비중이 커질 것이며 인터넷을 통한 정치 활동에 대한 제약이 없어야 한다”면서 “돈 안드는 선거를 하겠다는 선관위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전자투표시스템 같은 IT를 정치에 활용할 경우 비용 절감과 빠른 집계, 정치에 대한 관심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보고 있다.
신철호 포스닥 대표는 “4년마다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를 전자투표로 진행하면 3000억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은행 자동인출기에 익숙한 국민들도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 “인터넷 정치는 돈과 조직이 없는 사람들도 정치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도 “결국 수단인 인터넷과 전자투표을 도입하는 것과 정치의 질을 높이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면서 “다만 낡은 정치에 변화를 주기 위해 IT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