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CEO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창업 1세대 CEO들이 약속이나 한 듯, 우수수 회사를 떠나고 새 얼굴이 경영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새내기 온라인 게임 돌풍의 주역인 웹젠의 이수영 사장과 그라비티의 정병곤 사장이 일제히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데 이어 온라인 게임업체 유리텍의 이주율 사장도 사임의 뜻을 밝혔다.
또한 인포그램코리아의 김이근 사장, 코에이코리아의 이지영 사장 등 외국계 게임업체 사장들도 최근 잇따라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CEO 교체바람은 전반적인 게임시장 경기와 맞물려 있다고 전망한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한 파죽지세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업체별로 ‘심기일전’을 위한 계기가 필요해졌다는 것. 특히 CEO가 교체된 업체들의 경우 경영상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인데다 주로 새 사령탑이 핵심 개발자로 바뀐 것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왜 CEO 세대교체인가=우선 새내기 온라인 게임 ‘뮤’와 ‘라그나로크’로 화제를 모아온 웹젠과 그라비티의 경우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단 게임의 반응이 좋아 매달 20억∼3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등 경영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주간 불화 등 조직내분설이나 개인적인 문제 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웹젠의 이수영 사장의 경우 최대주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내분을 CEO 교체사유로 보기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웹젠은 지난 16일 코스닥등록심사를 청구한 상황이라 보다 심기일전할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웹젠·그라비티·유리텍 등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새 CEO로 핵심 게임개발자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핵심 개발자를 내세워 보다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포석이 깔린 셈이다.
인포그램코리아와 코에이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도 CEO 교체를 통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두 업체의 전직 CEO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동안 실적이 부진한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고공비행 재점화에 사활=CEO 교체는 업체마다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저마다 심기일전의 각오로 시장쟁탈전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령탑이 바뀌면 후속 액션에 따라 주위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웹젠·그라비티·유리텍의 경우 핵심개발자들을 새로운 CEO로 기용하면서 게임 개발 쪽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유저확보를 위한 마케팅과 판촉전도 훨씬 치열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CEO 교체는 경영상 극약처방에 가깝다”며 “많은 업체들이 이런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만큼 게임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진단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