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는 60년대 흉부외과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에게 레이저로 심장근육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준 것이 효시로 본격적인 치료에 사용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92년 미국에서 심근경색 환자에게 레이저 혈관 재건술을 실시한 이후 몇몇 질환에 이용되고 있다.
사실 흉부외과에선 레이저가 널리 이용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원하는 부분에만 빛을 발산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출혈을 줄이는 레이저의 장점은 까다로운 흉부외과 영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덕분에 심장·혈관 등 출혈이 많은 수술에 도입된 후 치료법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 특히 하지정맥류 치료에 있어 탁월한 장점을 보인다.
하지정맥류 치료에 레이저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9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혈관이 보기 흉하게 피부 위로 솟아오르는 하지정맥류는 일종의 혈액순환 장애로 심각한 통증과 부종을 야기한다. 방치하면 정맥에 염증이 생기고 피부가 썩기도 하며 급기야 심장에 부담을 준다.
치료법은 고장난 혈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대복재정맥을 없애다 보면 주변 조직에 손상을 줘 통증이 무척 심하다. 또 절개부위가 큰 탓에 흉터까지 심하게 남아 의사들조차 선뜻 치료를 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이 도입되면서 치료에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한 다이오메드 레이저에는 광통신에 쓰이는 것과 같은 레이저 광섬유가 이용된다. 수정레이저관으로 혈관에 직접 레이저를 쏘기 때문에 혈관이 5∼10㎜ 부풀어올라 아주 심한 경우도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다. 재발률은 1% 이하로 매우 낮다. 레이저관 직경이 1㎜ 이내로 얇아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어 흉터가 남지 않으며 주변 조직의 손상이 적은 것 또한 장점이다. 덕분에 환자의 통증이 심하지 않아 부분마취로 짧은 시간에 수술할 수 있고 출혈이 거의 없다.
레이저가 적극적으로 이용되는 또 다른 분야는 심근경색 치료다.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가능한 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 혈액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관상동맥 크기가 너무 작거나 말기 협심증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이 어렵다. 이때 탄산가스레이저로 심장근육층 밖에서 심장안을 관통하는 미세한 구멍을 수십개 뚫어 혈액을 순환시킨다. 탄산가스 레이저는 표피에 침투하자마자 흡수되기 때문에 주변조직 손상이 적고 필요한 부분만 정밀하게 잘라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치료법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고 적용대상도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
그밖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몇 가지 질병에도 레이저가 응용된다. 외상이나 수술 후 기관이 협착돼 호흡이 곤란한 경우 레이저 소작술을 행한다. KTP 레이저를 사용하는데 튜브형 장기의 수술 및 무혈 수술이 가능해 기도협착 치료에 요긴하다. 합병증이 적어 유용한 반면 재발 우려가 있어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렇듯 레이저를 이용하면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들은 레이저 시술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시술법이 간단한 하지정맥류 치료에서 이런 경향이 짙다. 그러나 환자의 원인과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레이저를 적용하면 질병이 쉽게 재발할수 있다.
레이저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흉부외과에서는 아직 범용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치료비용이다. 고가의 외국 장비를 써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한 레이저가 많이 보급돼 좋은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을 보면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지속적인 레이저 개발과 더불어 레이저의 장점을 질병치료에 적극 활용하려는 의료진의 의지가 뒷받침 된다면 보다 발전된 형태의 시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강남연세흉부외과 김해균 원장(http://www.veinhospi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