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투자의 꾸준한 증가로 우리나라의 지식축적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는 여전히 못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2000년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각각 약 50년, 35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최영락) 신태영 책임연구원이 75년부터 2000년까지 주요 국가의 지식축적량을 비교한 ‘연구개발 투자와 지식축적량의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의 지식축적량은 687억6600만PPP(Purchasing Power Parity)달러로 크게 늘어났으나 미국(1조1705억5690만PPP달러)이나 일본(5066억4900만PPP달러)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향후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보이고 GDP의 3%가 연구개발에 투자된다면 한국이 2000년도 미국의 지식축적량을 따라잡는 데 50년 이상이 걸리고 일본을 따라잡는 데는 3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이 보고서는 추정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GDP의 5%가 연구개발에 투자된다고 가정하게 되면 한국이 2000년도 미국의 지식축적량을 따라잡는 데 42년, 일본을 따라잡는 데 25년 정도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75년의 경우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선진 5개국과 비교해 각각 270분의 1, 72분의 1, 80분의 1, 42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나 25년이 지난 2000년에는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00년의 경우 75년에 비해 지식축적량이 37배 정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에 대한 지식축적량 격차가 각각 17분의 1, 7분의 1, 4분의 1, 3분의 1의 수준으로 좁혀졌다.
이처럼 격차가 줄어든 데는 이 기간에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14.6%로 미국(3.4%), 일본(5.5%), 프랑스(3.0%), 독일(2.8%), 영국(1.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풀이했다.
한편 이 기간에 한국의 지식축적량 증가분은 6689억PPP달러인데 이 중 20.9%는 81∼90년의 증가분이고 91년∼2000년 증가분은 71.9%를 차지해 지난 25년간 지식축적량의 3분의 2 이상이 90년 이후 10년 동안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태영 연구원은 “한국의 연구개발 활동이 지난 2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하더라도 선진국 수준의 기술혁신 능력을 보유하려면 지금보다 한층 더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투자를 늘리고 후발국으로서 장점을 살린다면 선진국 수준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