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작업, 끝내 내년이후로

 SK·롯데·코오롱 등 20개 유력기업들이 추진해온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작업이 결국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20개 대기업·벤처기업들이 공동주주로 참여한 브이뱅크컨설팅(대표 이형승)은 최근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형승 사장은 “합작파트너로 참여할 해외 금융기관을 물색해왔으나 끝내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면서 “내년 은행법 등 설립요건의 정책변화 추이를 관망한 뒤 예비인가 신청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국내 처음 수면위로 떠오른 뒤 1년 가까이 진행돼왔던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 움직임은 결국 제도적 장벽을 넘지 못한 채 좌절됐다.

 ◇추진경과=원래는 지난 1분기 중 예비인가를 신청할 구상이었다. 브이뱅크컨설팅은 당초 연내 예비인가를 마무리짓고 내년부터 사업기반을 다질 계획이었다. 당시만해도 재경부·금감위 등 정책당국의 입장변화를 기대했던 게 사실. 그러나 정부가 인터넷 전업은행도 현행 은행법에 근거해 시중은행의 설립요건을 적용키로 하자, 끝내 제도적 한계만 재확인한 채 예비인가 신청조차 무산됐다. 내년 이후 다시 추진키로 함으로써 인터넷 전업은행의 탄생여부는 차기정권으로 넘겨진 셈이다.

 ◇연기 배경=설립작업의 무기한 연기는 무엇보다 인터넷 전업은행도 일반 시중은행의 설립요건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은행법상의 한계 때문이다. 은행법은 올해 개정을 거쳐 산업자본의 지분제한을 10%로 늘려 놓았지만 투자목적으로 못 박았다. 결국 종전처럼 4% 지분제한은 마찬가지인 셈이고, 단일 법인이 아닌 컨소시엄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이 때문에 브이뱅크컨설팅은 해외 금융기관을 투자 합작파트너로 유치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해외 금융기관이 참여할 경우 대주주는 그 지분만큼 최고 20%까지 확보가 가능해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거론된 지방은행 설립안은 브이뱅크컨설팅 주주사들의 반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쟁쟁한 대기업이 참여한 만큼 자존심을 구길 수 없다는 속내가 작용했던 것이다. 현행 은행법상 지방은행은 최소 자본금 250억원에 1인 대주주 지분도 15%까지 가능하다. 브이뱅크컨설팅 측은 “어차피 전국 규모의 오프라인 지점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주사들의 반대나 현 정권의 지방은행 축소 기조를 고려하면 역시 마찬가지 결론”이라고 고백했다. 브이뱅크컨설팅 설립 당시 확고했던 주주사들의 참여의지가 제도적 장벽속에 느슨해진 것도 한몫했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인터넷 전업은행을 위한 별도 심사기준을 마련했지만, 결국 연기시킨 배경에는 내부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망=브이뱅크컨설팅은 시기만 늦춰질 뿐 인터넷 전업은행 설립계획은 변함없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세계적 추세인데다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면 정책당국으로서도 규제완화에 대한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에 따라 브이뱅크컨설팅은 연내 주주사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 증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내년 이후 획기적인 환경변화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브이뱅크컨설팅에 파견된 주주사 인력들도 최근 복귀한 상황이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솔직히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언젠가는 되지 않겠느냐”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시일을 두고 장기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