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 업계에서 해지현상은 대응하기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지난 몇년 동안 업계 전체의 연 평균 해지율은 0.1%씩 늘어났다. 이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입자수로 환산하면 작년의 경우 4000만명에 이르렀다. 해지율은 내년 말까지 계속 올라가다가 그 이후부터는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지건수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번호이동 제도의 시행 영향 때문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동통신 가입자의 3분의 1이 기존의 서비스업체에서 해지할 것으로 보이며 이동통신 번호이동 제도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06년의 해지율은 33%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에 해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는 관련업계의 통폐합이다. 머지않아 이동통신 주파수에 대한 규제가 해제돼 서비스업체들이 더 많은 주파수를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업계 재편 바람이 불어 앞으로 몇 년 안에 전국 규모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가 현재의 6개에서 4개로 줄어들 것이고 대형 업체가 중소지역 통신업체들을 합병하게 될 것이다. 이런 합병으로 업계가 재편되면 각 업체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요금을 인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해지율이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업계가 안정되면 해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 변화는 이동통신 인구가 크게 늘어나 오는 2006년에 가면 미국 국민의 70%가 이동전화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체들은 더 많은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요금인하 경쟁을 벌일 것이다.
세번째 변화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면 요금 선불 서비스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는 후불 서비스보다 해지의 위험성이 높지만 유럽, 중남미, 아시아 등 지역업체들의 경험을 참고로 해 이 부문 시장개척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해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요인은 이동통신 번호이동성(WLNP) 제도 도입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해지율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지율의 증가 가능성은 다음 세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 첫번째는 역사적인 추세와 외국의 사례고 두 번째는 이동통신 서비스 업계의 태도, 세번째는 번호이동 지원 시스템 공급업체들의 예측이다.
미국 유선통신 번호이동성 제도가 도입된 이후의 해지율과 이미 이동통신 번호이동성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해지율을 참고로 하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외국의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이런 자료를 보면 번호이동성 제도의 도입이 해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경우는 전체 해지율 중 25%가 번호이동성의 시행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고 홍콩에서는 번호이동성 도입 이후의 해지율이 그 이전보다 50%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유선통신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후 해지율은 별로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예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주요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높은 해지율을 들고 있다. 이들은 현재 해지율이 30%선이기 때문에 이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비록 이들 업체가 사적으로는 번호이동성 제도를 시행하면 해지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런 견해를 밝히면 새로운 제도 도입반대 입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공식적으로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세번째 정보원은 번호이동 관련 시스템 공급업계로, 이들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지율이 도입 초기에 50∼80%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들의 해지율 예측수치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스탯이 실시한 조사 결과와 위의 여러가지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되면 해지율이 올라갈 것은 분명하다. 이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에 비춰 볼 때 해지율은 번호이동성 도입 1차연도에 가장 높아졌다가 그 후부터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차연도 상승률은 현재 해지율의 4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만일 번호이동성 제도가 오는 11월 24일부터 시행된다면 2003년 추가해지자 수가 2220만명이 돼 그 해 총 해지자 수는 7770만명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해지율이 그 다음해에는 30% 수준으로 내려가고 그 후부터는 매년 10%씩 감소해 오는 2006년의 번호이동성으로 인한 해지자 수가 102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기간이 지날수록 번호이동성으로 인한 해지와 다른 이유로 인한 해지를 분간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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