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멤피스, 데이토나…. 이들은 미국의 도시 이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세계적인 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OS가 상용제품으로 출시되기 이전의 프로젝트 코드명이기도 하다.
신제품 개발시 상호 정보를 얻고 버그를 보완해 가는 과정에서 부르기 편하게 프로젝트명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IT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이 대표적이며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프로젝트명 붙이기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실속형 김치냉장고 다맛 신제품에 ‘흑진주’라는 프로젝트명을 붙여 추진해왔다. ‘알파’ 프로젝트로 명명된 초소형 캠코더는 모델명보다 코드명이 더 알려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브라운관 방식 HDTV는 ‘제우스(ZEUS)’ 프로젝트로 불리며 제품개발이 진행되기도 했다.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VCR 신제품에는 ‘칸’이라는 프로젝트명을 붙였다.
단일 제품 개발시 붙이는 프로젝트명 외에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담은 프로젝트명도 있다.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는 ‘와우(WOW)’ 프로젝트는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2000년 출범한 R&D 계획이다.
얇고 가벼운 초소형 노트북 신제품에서부터 초소형 디지털 캠코더, 세계적인 히트상품 DVD콤보 등이 와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DVD콤보는 지난해 미국시장에 100만대 이상을 수출하는 실적을 올리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도 했다.
‘제비(swallow)’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된 흑백 레이저 프린터 ‘모노(Mono)’ 역시 3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와우 프로젝트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프로젝트명 제비는 제비가 물어다준 씨앗 하나가 대박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