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기업 한국지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매출비중이 본사 총매출 대비 1%면 ‘괜찮은 성적표’로 여기던 한국지사들이 매출비중 2%를 향한 경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경기침체를 무색케 하는 우리나라 IT산업의 성장속도와 신기술·서비스 도입확산에 따른 것으로 한국 IT산업의 위상까지 함께 높여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미=글로벌 매출 대비 2%는 다국적 IT기업의 세계 지사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다. 실제 한국오라클은 연간 2000억원대 매출로 본사의 145개 해외지사 중에서 8∼10위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에는 5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주)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2500억원 이상의 매출로 해외지사 중에서 10, 11위권의 성적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IBM, 한국HP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우리나라가 선진 IT산업국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변화는 한국지사장의 위상까지 바꾸고 있다. 한국시장을 겨냥한 영업대표에 머물렀던 한국지사장들이 동북아 IT사업의 핵심경영자로,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후지쯔 안경수 사장(50)은 지난해부터 본사 글로벌경영부문의 아태영업본부 부본부장(상무급)과 대만후지쯔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국EMC컴퓨터시스템즈의 정형문 사장(45)도 지난 4월 북아시아 소속에서 벗어나 독립지사장으로 승격됐으며 한국IBM 신재철 사장(55), 한국HP 최준근 사장(49)도 본사로부터 자율경쟁권을 확보했다.
◇배경과 현황=무엇보다도 한국 IT산업의 왕성한 성장속도에 힘입은 결과다. 한국IDC는 한국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의 라이선스 및 유관 서비스 규모가 향후 5년간 각각 16.4%, 25.9%씩 성장해 총 12억845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집중됐던 기간정보시스템(ERP·CRM·SCM) 수요가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장차 기업포털(EP),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등 시스템 고도화로 연결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다국적 IT기업들은 본사 매출대비 2%를 달성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 시장공략 △IT 통합솔루션 수요창출 △한국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 등을 서두르고 있다. (주)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 이동통신서비스·장비기업들과 제휴(투자)한 데 이어 한국오라클이 삼성전자·로커스와 같은 이동통신장비 및 무선인터넷기업들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또 삼성SDS, LGCNS, 포스데이타, 현대정보기술 등 국내 시스템통합(SI)기업도 다국적 IT기업들의 중요한 동반자로 등장하고 있다.
◇과제와 전망=다국적 IT기업의 한국지사들은 그간 단순한 판매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국내 IT벤처기업들도 단순 용역(솔루션 판매·구축업)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 IT산업계가 글로벌 매출대비 2%를 향한 진군을 본격화하면서 기술제휴·해외시장 동반진출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넓어진 한국지사장의 입지가 국내 IT벤처기업의 솔루션을 자사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판매망에 포함시키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한국이 전략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EMC가 본사 차원에서 250억원 규모를 투자, 스토리지솔루션센터를 설립한 것 등은 한국지사의 입지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달라진 한국지사와 한국 IT산업의 위상이 어떤 결실로 돌아올 것인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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