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급속한 디지털화·네트워크화로 PCB 기술도 급진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트업체들이 고주파대(2.4㎓)와 고속신호처리속도(10 )의 규격을 요구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초박막과 미세회로 선폭의 설계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첨단 가공기술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4∼5년 전만해도 PCB의 회로선폭이나 층간 두께는 200㎛ 내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로선폭과 층간 두께가 100㎛ 이하대로 줄어들며 나노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패키지용 기판과 휴대단말기용 기판의 고집적화·초박막화를 위해 마이크로 비아, 빌드업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고부가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홀 크기가 0.15㎜ 이하인 마이크로 비아(micro via)를 형성하기 위해선 기존 기계적 드릴로 블라인드 비아(blind via)를 가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스택 비아, NMBI, 알리브(ALIVH) 등 첨단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본 마쓰시타가 주도하는 알리브 공법은 이동전화에 많이 사용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 방식은 원가가 비싸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레이저 드릴을 사용할 때와 비교할 경우 가격경쟁력을 얼마나 가질지 아직은 미지수다.
범프(bump)를 이용, 마이크로 비아를 가공하는 NMBI(north) 신공법도 역시 관심의 대상. LG전자는 이를 처음 상용화, 이 분야에선 노하우를 축적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공법 역시 크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반면 세트업체의 수요가 아직까지 많지 않아 비범용적인 데다 대량 양산체계를 갖추기 전까지 생산 원가가 비싼 게 흠이다.
마이크로 비아를 쌓아 내층과 외층을 연결하는 스택 비아 공법도 주목받는 신기술. 이 공법을 이용한 제품은 기판의 크기를 30% 이상 줄이면서 데이터의 처리속도는 기존의 두 배인 2Mbps 이상으로 고속화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마이크로 비아홀 속에 금을 도금하기 위해선 고도의 도금기술이 요구되는데 대덕전자와 삼성전기가 이를 개발,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임베디드 PCB 기술도 최근 새삼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저항기 내지는 콘덴서 같은 수동소자 기능을 PCB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일례로 Ni-P 합금을 저항으로 사용, PCB의 내층에 삽입하는 방법과 카본 등 저항체를 기판표면에 인쇄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대별된다.
10여년 전부터 이야기돼 왔던 이 기술들은 최근 들어 심텍·이수페타시스 등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상용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수동수자 기능을 PCB에 부가할 수 있는냐 없느냐에 따라 PCB 제조업체의 능력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잣대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수동소자들이 크기가 매우 작아 적은 면적으로도 충분히 수동소자의 제기능을 대응할 수 없다는 데 한계가 있어 아직 상용화의 시점은 미지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임베디드 PCB의 장점은 세트의 공간을 현저히 줄이고 신호스위칭시 발생하는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지적된다.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무연 기술과 비할로겐 기술도 PCB 업체의 주요 관심사다. 이 기술들은 기업 사활과 직결된 문제로 지목돼 무연솔더링의 용융점인 220℃ 전후에서도 내열성을 갖춘 새로운 PCB 재료를 개발하는 데 관련 업체들이 매달리고 있다.
PCB에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에도 Br 계열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물질은 오존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 계열의 물질로 대체한 그린 원판을 두산전자BG·대덕GDS 등에서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비록 그린 원판의 전기적 특성이 기존 원판인 FR-4에 비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지만 유럽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환경친화적인 PCB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PCB업계 중국진출 딜레마
중국이 전자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최대 PCB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PCB 업체들이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중국이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받고는 있지만 직접 투자하기엔 시기상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PCB 생산량은 4200만㎡(42억달러) 규모로 대만을 제치고 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 99년 기준 당시 생산량 2897만㎡로 세계 4위를 기록한 중국은 2년 후인 지난해 괄목한 만한 성장세를 기록한 셈.
이같은 성장세는 2004∼2005년까지 상승세를 지속, 연평균 10∼1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시장은 국내 PCB 업계의 최대 이슈다. 특히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반드시 도전해야만 하는 거대시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LG전자·두산전자BG·삼성전기 등 주요 PCB 업체들은 1년 넘게 중국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청사진만 마련해 놓은 채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다만 대덕GDS만이 내년 상반기 중 본격 진출한다고 지난 중순께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대중국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선진 PCB 업체들이 중국에 앞다퉈 진출, 시장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 일본 이비덴, 대만 컴팩·난야 등의 업체들은 일찍이 현지에 생산기지를 갖고 고정 거래처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특히 대만 30여개 대형 업체 중 10여개사가 중국에 진출했으며 이들 가운데 대만 10위권 내에 해당되는 업체는 무려 8개사에 달해 마치 ‘별들의 전쟁’을 연상케 할 정도다. 따라서 중국에 진출할 경우 대형 외국 업체와의 세싸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중국시장에선 세계 IT경기 부진으로 현재 제품 생산이 그 수요를 앞지른 데다 재고가 좀처럼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업체간의 출혈경쟁을 부추겨 수익성이 열악해질 수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선뜻 투자했다가 만애 하나 실패할 것을 우려, 중국진출의 당위성만 인식한 채 이를 실천에 적극 옮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 선진기업과의 경쟁심화 등 위협요인이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우리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현지 실정에 맞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 제때 대중국 사업참여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박스3=전문가 진단
미국 IT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국내 PCB 수출 경기는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양·단면 시장과 MLB 시장이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 PCB 산업 전체적으로 더이상 악화되기보다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PCB 경기전망을 정리한다. 편집자
미국 IT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고 이동통신사 및 통신장비 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로 국내 PCB 업체들의 수출 환경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또 북미지역 PCB 업체들의 7월 수주대비 출하율(BB)도 0.99를 기록하는 등 올해 BB율은 연간 1.0 이하에 머물고 있다.
고다층 PCB 시장은 정보통신기술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침체를 보일 전망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장비 PCB 업체들의 전반적인 영업환경은 2003년 하반기에나 개선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PCB 시장의 환경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삼성전자 휴대폰에 들어가는 빌드업 PCB와 디지털 가전시장 확대로 양·단면 PCB 시장의 성장세는 양호한 편. 특히 삼성전자의 올 휴대폰 생산대수가 전년 대비 41.7% 증가한 4074만대로 예상돼 빌드업기판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빌드업 PCB는 회로 설계의 고밀도화가 가능, 향후 다층 PCB 시장을 대체할 전망이다. 현재 휴대폰 중심에서 향후 디지털 정보가전 등으로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03년에는 빌드업 시장이 전체 MLB 시장의 50%를 점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TFT LCD 및 PDP·DVD플레이어 등 고화질 중심의 디스플레이와 정보가전 시장 확대로 실버스루홀 PCB도 수요가 늘 전망이다.
<대한투자신탁 김재석 연구위원>
우선 북미 PCB BB율 동향을 보면 2000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7월 북미 PCB BB율은 0.99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 경기 회복 기준선인 1.00에 근접했으나 내용면에서는 BB율 상승이 수주액 증가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수주액 감소폭을 초과하는 출하액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업계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과거 1985년부터 17년간 월별 BB율 평균치를 보면 1분기와 3분기는 1.0을 상회하는 호조세를 보였는데 이는 4분기 전자산업의 성수기에 선행, PCB 주문이 3분기부터 증가함으로써 나타나는 계절 요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PCB산업의 본격적인 회복은 이러한 계절적 상승 요인에 이어 전반적인 IT경기 회복이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국내 PCB 업계의 수출 동향은 긍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4억7500만달러에서 7월에 7억달러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종류별로 보면 내수 경기회복과 디지털가전 부문의 호조로 4층 이하의 MLB와 양단면 PCB 등 민생용 PCB의 호조세가 두드러진다. 다만 네트워크 통신장비 등에 사용되는 고다층 MLB 부문의 침체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양단면 PCB와 저층 MLB의 상대적 호조, 그리고 고층 MLB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PCB 산업 전체적으로 더이상의 악화보다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