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여름. 새로운 작품에 대해서는 좀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었던 우리는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충실한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전세계 모든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느낄수 있는 소재는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 결과 축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축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는 스포츠고, 3년 후엔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소재는 결정 됐지만 문제는 많았다. 무엇을 테마로 한 축구애니메이션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 또 다른 문제로 다가왔다. 청소년 대표팀을 소재로 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의 활약을 테마로 잡기로 했다. 하지만 이 테마 설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인물을 소재로 한 축구애니메이션은 진보적이지 못하고, 기업의 목적 중 하나인 수익성 창출에 있어 문제가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부가적인 사업인 캐릭터·게임·출판·팬시 등을 추진하기에는 인물보다는 특징적인 요소를 부각시킬 수 있는 로봇을 이용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보트태권V·우뢰메 등 슈퍼로봇계의 창작 작품은 몇편이 있었다. 하지만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리얼로봇계의 창작 작품은 거의 없었다고 파악했다. 그래서 영웅성이 강한 슈퍼로봇을 테마로 하기보 단 인간미가 넘치는 리얼로봇을 테마로 한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가칭 ‘사이버 축구’로 타이틀을 정하고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다.
‘로봇축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콘텐츠를 통한 수익창출’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기획을 시도했다. ‘콘텐츠를 통한 수익창출’이 잘 나타난 예로 11인제 축구를 택하지 않고, 5인제 축구를 선택한 것에서 볼 수 있다. 동일한 코스튬을 착용한 11인의 팀이 4∼5개 있는 것보다는 5인의 팀이 10여개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획 단계에서 수익성 창출만큼 중요시 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작업의 효율성이다. 우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능률적인 작업을 위해 여러가지 의견 교환을 했고, 거기서 창출된 것이 움직이는 경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움직이는 경기장은 말 그대로 경기장이 각 지역으로 움직여 설치되므로 각 지역별로 경기장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 움직이는 경기장은 ‘로봇축구’라는 사이버 이미지와도 부합되면서 제작의 효율성을 적절히 나타낸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행착오를 통해 정리된 기획은 충분한 시간과 여러 번에 걸친 테스트를 통해 기획 단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러 2001년 여름. 5인 체제로 진행돼 온 기획, 리서치, 테스트를 끝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제작팀 구성에 나섰다. 춘천에서 기획 작업을 해온 5명을 중심으로 새로운 맴버를 보강해 제작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제작팀의 단일화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더 많았다. 제작 속도와 질이 처음 생각하던 수준에 미치질 못했다.
제작팀을 늘려 경쟁 요소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기존에 춘천에서 작업하던 춘천팀을 비롯해 서울 본사의 본사팀을 구축했다. 그리고 일부 작업은 외부 업체에 맡기는 형식으로 제작 라인을 구성했다. 3개조로 구성된 다음부터 별 무리 없이 제작이 진행되었고, 퀼리티 또한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계획했던 ‘로봇축구’ 12분짜리 26편의 2002년 1월 완성은 별탈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킴스애니컴 김명수 대표 겸 총괄기획 myung@kimscom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