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컴퓨터가 일부 국내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부착하지 않은 PC인 화이트박스 공급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델의 화이트박스 사업 진출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랜드없이 판매되는 화이트박스는 국내 전체 데스크톱PC시장에서 15%(50∼60만대) 비중을 차지하는 조립PC의 강력한 경쟁제품이어서 델이 국내 화이트박스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강력한 부품 구매력과 대량생산체제를 지닌 메이저 업체가 저가 화이트박스 PC 공급에 나설 경우 소규모 영세 조립PC업체들의 입지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이들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국내 PC부품 유통시장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용산에서 PC부품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최근 델측으로부터 데스크톱PC 및 노트북PC 화이트박스를 취급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그는 “델사의 조건상 데스크톱PC보다는 노트북PC가 유리하다고 판단됐지만 부품유통업체가 완제품 PC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미국 델 본사는 지난달 화이트박스 사업에 진출의사를 밝히고 이미 미국시장에 셀러론 CPU를 탑재한 데스크톱PC 화이트박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델컴퓨터코리아측은 “본사차원에서 이같은 조사를 진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델코리아는 당분간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한국내 화이트박스 사업 진출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델컴퓨터코리아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델 본사와 한국 법인이 국내 화이트박스 시장진출 여부를 놓고 사전 조사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의 특수한 사정상 델의 화이트박스 시장진출과 관련, 부정적인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IDC코리아의 오현녕 책임연구원은 “화이트박스 PC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국내에서는 수익보다도 현금흐름을 중시하고 완제품보다는 부품 취급에 무게중심을 두는 조립 PC업체들이 버티고 있어 완제품만 거래되는 화이트박스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화이트박스는 전세계 데스크톱PC시장에서 대략 30% 정도의 비중을 확보하고 있고 일부 소비자 판매 유통업체나 중소기업, 혹은 정부기관에 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조립PC업체들이 화이트박스와 유사한 소위 베어본PC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소규모여서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으며 일부 중소 브랜드 PC업체들도 판매에 차질을 빚을 경우 소량을 화이트박스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