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차세대 모바일 결제시장 주도권을 놓고 선발인 이동통신업계에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은행권은 최근 SK텔레콤과 KTF 등 이동통신회사들이 속속 상용화하고 있는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 방식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솔루션으로 원카드가 아닌 ‘듀얼칩’ 카드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발급 제휴사 선정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통신-금융업종간 주도권 쟁탈전이 본격화되는 것은 물론 금융권 내에서도 은행과 은행계·전업계 카드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공조를 위해 지난 6월 금융결제원 주도로 창립된 전자금융포럼(의장 김상래)은 “최근 18개 시중은행의 의견을 모은 결과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 규격으로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는 원카드를 반대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자금융포럼은 대신 통신사업자와 금융기관(발급사)의 동일한 권한을 보장하는 듀얼칩을 대안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포럼 산하 모바일분과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유무선 통신환경의 급진전으로 전자금융서비스가 금융과 통신산업의 접점이 되고 있다”면서 “시장구조가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호 동등한 지위를 보장할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주장하는 듀얼칩 방식은 휴대폰에 두개의 칩카드를 내장, 발급·고객·서비스관리 체계를 양분함으로써 각자의 서비스 영역을 보장하는 것이다. 반면 KTF나 SK텔레콤이 상용화한 원칩은 한장의 카드로 단일한 관리체계를 구현하되, 이동통신사가 서비스나 고객관리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전자금융포럼은 현재 듀얼칩 카드를 비롯, 차세대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금융권의 독자적인 시장지위 확보방안을 강구중이다. 포럼은 또 이동통신사들이 원카드 서비스를 고집할 경우 자동화기기(CD/ATM)·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공동망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김상래 의장은 “금년중에 금융권 공동의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마련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동통신사들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현재 은행과 은행계 및 전업계 카드사별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활용, 각개격파식 발급협상을 진행중이어서 은행권의 공조가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전업계 카드사나 후발 카드사들로선 카드 신규회원 모집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공동협상 테이블에서 이탈, 사업활성화의 기폭제로 삼으려고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GSM방식 이동전화가 주도하는 유럽시장에서도 금융·통신업체간 영역다툼이 표면화되면서 한때 듀얼칩 방식의 서비스가 선보인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다시 원카드 형태로 수렴되는 추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