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RC, 최고 IT개발을 꿈꾼다](27)한양대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

 2차전지산업은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의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의 2차전지산업은 2차전지가 본격적으로 양산된 지 불과 3년 만에 양산 규모면에서 선진국 일본을 따라가기 시작했고 기술격차도 크게 줄고 있다.

 산업계와 정부의 투자도 적극적이다. 삼성, LG, SK그룹은 5년, 10년 후를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엔진 중의 하나를 ‘2차전지사업’으로 보고 삼성SDI, LG화학, SKC를 통해 경쟁적으로 육성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차세대 개인휴대통신용 2차전지뿐만 아니라 전기 자동차용 전지 개발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 2차전지산업 구조는 취약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차전지 양산기술은 선진국에 진입하는 단계지만 이를 만드는 음극, 양극 소재는 거의 전량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산학연은 2차전지 핵심 소재도 서둘러 국산화하고 차세대 전지 개발을 위한 소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양대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센터장 선양국)는 2차전지 핵심소재의 선도적 개발을 위해 지난 2000년 8월 출범했다. 센터는 ‘정보통신용 리튬폴리머 2차전지 소재’ 산업을 연구하고 기술지도(road-map)를 작성, 벤처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는 한양대 선양국 교수를 중심으로 연세대 김광범 교수, 한밭대 김동원 교수, 강원대 이성만 교수 등 연구원 11명, 연구조원 29명 등 총 40여명이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 센터가 주력하고 있는 연구개발 과제는 크게 세가지. 대용량 층상 망간(Mn)계 혼합 양극 산화물을 개발하고, 흑연 음극소재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음극 활물질을 개발하며 신개념의 고체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해 제조공정을 확립하는 것이다.

 리튬 2차전지 중 전지의 용량을 결정하는 양극재료는 전해질에 대해 화학적으로 안정성을 가져야 하며 충전, 방전시 가역특성이 좋아야 한다. 양극재료는 80∼90%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선진기업들이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어 향후 10년간 로열티 지급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는 가격이 낮고 원천특허 확보가 용이한 220mAh/g 이상의 차세대 대용량 망간계 양극 활물질 개발을 연세대 김광범 교수를 축으로 선양국 교수, 전북대 남기석 교수가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 층상 금속산화물의 장점인 높은 용량과 열적 안정성, 우수한 충·방전 사이클 특성을 가질 수 있는 재료를 합성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센터는 망간계 재료 역시 전지 선진국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탄소(Co)계에 비해서 높은 기술개발 참여율을 보여 선진국과 특허 상호조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음극재료는 리튬 금속 초기에 사용됐는데 이를 탄소계 재료로 대치함으로써 기존 리튬메탈이 안고 있는 안정성 문제를 개선해 현재는 흑연계 탄소를 음극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의 강원대 이성만 교수는 흑연 음극을 대체할 가역용량 500mAh/g 이상의 새로운 음극 활물질 개발과 제조공정 확립에 나섰다.

 특히 이성만 교수는 새 음극 활물질 중 대용량 주석(Sn)과 실리콘(Si)계 화합물 및 나노혼합물 활물질이 중요하다고 보고 전기화학적 특성을 최적화하며 계면안정화 향상을 활발히 연구 중이다.

 고분자 전해질 전지로는 리튬폴리머전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리튬폴리머전지는 휴대폰 등 개인이동통신에 널리 쓰여 각광을 받고 있는 제품.

 리튬폴리머전지 제조기술은 리튬이온전지와 비슷하나 겔(gel) 고분자 전해질의 특성과 제조방법에 따라 공정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종류의 겔형 전해질을 개발하는가의 여부가 향후 양산단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보통신연구센터에서는 한밭대 김동원 교수를 중심으로 한양대 서동학, 배영찬, 박종완 교수가 신규 겔형 전해질, 폴리머/세라믹 복합 고체 전해질, 고형(solid type) 전해질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이 연구소는 이온전도성이 좋고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며 필름두께가 60㎛ 이하인 전해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04년 7월까지 총 4년간 계속되는 센터의 연구과제는 2차연도까지 끝난 9월 말 현재 특허 출원 및 등록 12건, 국제특허 출원 2건, SCI급 논문 재개 69건 등 뚜렷한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특허가 가능한 신규 재료와 합성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참여교수들이 산업체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학문적 수준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에 즉시 적용이 가능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동안 센터는 중소업체인 알파켐과 에너랜드에 기술이전을 완료했으며 대정화금 등 7개 업체와 협력을 맺고 산학연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2004∼2005년까지 리튬2차전지 양극재료인 5볼트급 스피넬 양극물질의 합성법, 리튬 2차전지 전극재료 표질개질법, 층상 망간 양극 활물질, 겔화 가능한 다층구조의 세퍼레이터 등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우수한 2차전지 인력의 양성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교육 1년 만에 기업 연구소에 10명, 산업체에 6명, 학계에 1명을 배출했으며 우수인력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연구센터는 참여하는 산업체의 수가 10개 미만에 머무르고 있어 절대 수가 부족하며 전극 코팅기술이 부족해 핵심기술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남은 2년 동안 이를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고 있다.

 선양국 센터장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연구가 실제 산업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산학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한양대 정보통신연구센터는 연구원 모두 산업체에서 차세대 전지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 3년 내 상용화 및 양산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며 “이를 위해 정보통신부의 도움을 받아 국내 대학 최초로 센터 내에 드라이룸(dryroom)과 각종 첨단장비를 갖춰 양산 직전까지의 일관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터뷰-한양대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 선양국 센터장

 “소재산업은 학계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연구해야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2차전지 소재분야는 수입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 국산화 및 기술개발이 시급합니다. 이러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를 이끄는 선양국 한양대 응용화학공학부 교수는 2차전지의 양산기술 못지 않게 중요하지만 아직 산업계의 인식이 낮은 2차전지 핵심소재 개발과 산업화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선 교수는 삼성종합기술연구원에서 8년간 2차전지 소재를 연구하다 최근 대학으로 옮겨와 산업계의 요구와 대학의 실제 연구 간의 차이를 누구보다 크게 인식하고 있다.

 “연구지원이 끝나는 2004년을 넘어 2005년까지 개발하게 될 연구성과를 산업화하고 벤처에 기술이전해 전지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소재연구센터는 LG화학, 제일모직, 대백신소재, 코캄, 제이스켐 등과 기술협력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 등과 협력 연구를 통해 최신정보 동향도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선 교수는 2차전지 소재를 연구하는 기업의 수가 일본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일본 기업들도 최근 급성장하는 한국 2차전지 산업에 대한 견제가 심해 2차전지 소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산학협동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최신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기업과의 공동연구가 쉽지 않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최신 해외정보 수집을 위해 일본, 미국의 대학에 인력을 파견해 연구를 더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의 2차전지 핵심소재는 음, 양극, 차세대 재료를 종합해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산업은 그만큼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다.

 “일본을 추격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2차전지 산업을 국가와 업체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만큼 반도체나 TFTLCD 정도의 규모로 올라서 일본을 뛰어넘을 날은 멀지 않다고 봅니다.”

 선 교수는 학계의 연구자들도 산업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성능이 우수한 재료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