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지상중계>北 경제 IT로 일으킨다

 남북 IT 교류협력 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이 창립 2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오후 서울 신문로 프레스센터에서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현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원장) 초청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서울 신문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박 전장관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교류 및 북한의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신의주 특별행정구 지정, 북-일 첫 정상회담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날 강연에서 박 전장관은 “북측은 평양 근교에 IT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을 만큼 IT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며, 경제재건을 위해서는 IT분야를 바탕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고 “북측의 경제관리개선 조치와 신의주 특구 조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남측에서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강에 이어 참석자들의 자유토론 내용을 함께 간추렸다. 편집자

 ◇서재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7월 1일 경제관리개선 조치는 기존 북한의 사회보장시스템을 거의 대부분 폐지하고 자본주의 시장체제와 유사한 임금 노동제로 변경한 것이다. 사회보장이 폐지됨으로 인해 사회주의 체제의 정당성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과 북한 당국의 대응책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지난 10년동안 내부 체제는 손대지 않고 외부로부터의 외자 수혈을 통해서만 경제난을 개선하고자 했던 북한 당국은 이제 내부체제까지 변화시키면서 경제회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개방을 본격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금 노동제를 채택했고, 외부적으로 외자 도입을 위해 일본과의 수교, 남북 관계 개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신의주 행정특구를 지정해 외자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북한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생산요소 투입 확대라는 두 가지의 핵심 난제들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개선의 가능성이 상당히 밝아졌다.

 ◇박재규(전 통일부 장관)=북한이 7·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발표하면서 50여년 동안 유지해온 제도를 하루 아침에 바꿈에 따라 일부에서 불만의 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불만의 소리는 상대적으로 정신적 근로자들쪽에게서 나온 것으로 안다. 그러나 농어촌·탄광·산업체 근로자들의 경우 상당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조처 시행 두달이 지난 최근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줄었다. 북한은 가격을 현실화하면서도 쌀·옥수수·보리·밀 등 기본식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배급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암거래를 하다 걸리면 과거보다 몇배 강하게 처벌한다는 것이다. 달러 환율도 국제 시세에 맞춰 매일 오르내린다.

 ◇이경수(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 남북한 IT교류 협력위원장)=7·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통해 정신적 노동자에 견주어 육체적 노동자의 임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올렸다고 했는데, 이율배반적이게도 IT종사자는 정신노동자로 볼 수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IT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고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유능한 인재들이 IT분야에 많이 참여할지 의문이다.

 ◇박재규=북한이 선발해서 해외에 나가 IT교육을 받고 온 사람들이나 평양내 여러 IT센터에서 근무하는 특별 기술보유자는 당국에서 기술자로 인정해 특별 연구비·지원비를 주고 있기 때문에 IT 종사자들의 사기 저하는 없다.

 ◇박찬모(포항공대 대학원장)=지금 북한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미국에 어떤 신호가 가고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대북 입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궁금하다. 국내 지식인층은 최근 부시 대통령이 독선적이고 강성이란 점에서 굉장히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은 뜻대로 계획이 잘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 북의 변화가 부시 행정부의 변화를 이끌어 낼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박재규=북한은 미국에 대해 강경 태도를 보이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미간에 협상이 열리게 되면 북-일 정상회담처럼 과감히 양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측이 발표한 일련의 조처들은 그들이 말하는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랫동안 검토해서 내놓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를 마치 부시 행정부와 관련한 것으로 해석하면 잘못이다. 조만간 미국도 특사를 파견하고 민간차원의 시찰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성(통일정보센터 소장)=최근 발표된 신의주 특구 구상은 단순히 해당 지역의 대외개방조처에 대한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 최고지도부의 경제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최근 경제개혁 조처 중에서 간과해서 안될 점은 북한이 급속한 경제회생 전략의 일환으로서 ‘IT발전을 통한 단번 도약전략’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신의주 특구 지역은 중국의 단둥 그리고 평양의 IT단지 등과 연결돼 향후 남북 IT교류협력은 물론 동북아 IT단지의 허브로서 발전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완영(아이엠알아이 회장)=현재 평양에서 연건평 2만여평의 PC 모니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이엠알이 외에 성남전자와 전자공업협동조합 회원사들이 입주해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PC조립업체인 슝마오사가 삼천리총회사와 계약을 맺고 입주하여 지난주부터 월 400대 조립을 목표로 본격 작업에 들어갔다. 모니터 공장에서 일하는 인력들도 과거에 비해 훨씬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현재 IT협력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세나르협정이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은 바세나르협정에 아무 걸림돌 없이 북한에 컴퓨터를 들여갈 수 있는 반면, 남한 기업들은 바세나르협정에 막혀 486급 PC도 가져갈 수 없다. 특히 소프트웨어들은 펜티엄급 컴퓨터 환경을 기반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신의주 특구, 개성공단, 일본의 대북 배상금 지급 등으로 북한에 공장설비들이 들어갈텐데 국내 기업들의 대북 물자 반입에 대해 전향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 우리 기업들도 누가 먼저 대북IT협력사업을 시작했느냐는 것보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사업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박재규= 컴퓨터 등의 반입제한은 남한 때문이 아니라 외부에서 거는 브레이크 때문이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고위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러간에 컴퓨터 문제도 얘기가 됐다고 한다. 그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단시간에 어느 정도 빠른 경제개발을 할 수 있는 게 이 품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정일(목포대 중문과 교수)=이번 신의주 특구 발표를 보면 북한이 국제 복합 물류에 관심을 갖고서 신의주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신의주를 개발하기 위한 정지작업들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박재규=신의주 특구는 김 위원장이 상하이 푸둥지역을 방문하고 난 후 확정한 게 아니고, 그에 앞서 2000년 베이징 IT단지를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여기에 동그라미를 친 것이다. 그 이후 신의주를 어떻게 개발하면 나진·선봉처럼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으며 푸둥지구 방문 이후 서둘러 나온 게 이번 조치다. 신의주 특구 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자본가가 임명됐는데, 공단을 조성한다고 해서 내년에 공장이 바로 가동되는 게 아니다. 이는 대단위 위성 대도시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총괄 책임자로 네덜란드계 자본가가 와도 인프라를 손질하는데만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서두르지 말고 관망하면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조현정(비트컴퓨터 사장)=북한의 ‘통큰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그 변화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 이후로는 대기업이 적극적이지 못하고, 정부는 쌀이나 비료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지원만 있고, 중소기업은 가진 자본이 적으니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북한을 만족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다. 본인이 지난해 6월 2차 방북 때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서를 받아 왔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정부의 반대로 답보상태에 있다. 이 합의는 인터넷을 통해 조선콤퓨터쎈터에서 인터넷으로 남쪽의 IT교육을 받고 웹서핑을 하며 남북간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목적이었다. 바세나르협정에 의한 486급 PC조차 보내질 수 없는 현행법으로는 그들의 ‘통큰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IT교류협력은 그들이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잘 살아가는 방법을 주는 것이고, 정보격차로 인한 새로운 통일비용의 해결뿐만 아니라 북한이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남측의 경제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문광승(하나비즈 사장)=2년전 (신의주가 특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 맞았다. 당초 신의주 특구 지정 발표는 내년 초 쯤으로 예상했는데, 6개월 정도 앞당겨졌다. 앞으로 이곳의 변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남한 IT기업들이 들어가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아직은 낚시질할 시기지 투망을 던질 때는 아니다. 그동안 하나비즈는 단둥에서 하나프로그람쎈터를 통해 낚시터를 만들고 낚시질을 해왔다. 하나비즈는 신의주 진출을 위해 땅과 건물 등을 알아 볼 계획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남측 기업들이 남북IT협력에 너무 정략적·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접근한다는 점이다. 너무 정치적 논리에 매몰되면 일본·중국 등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남측 기업들이 너무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어느 정도 베팅도 필요할 때다. 컨소시엄 방식도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최성모(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북한의 이번 신의주 특별행정구 지정이 남북경협에 어떤 기회와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국내 정보통신 기업들의 공통된 남북경협 정책과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이른 시일내에 세미나를 열어 의견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