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PDPTV나 DVD플레이어를 생산합니까.”
전자왕국 일본 아키아바라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자양판점 라옥스에서 만난 판매원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국산 가전제품 매장 내 진열 위치와 국내 판매가격과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기자의 질문에 진열은커녕 삼성과 LG가 PDPTV를 생산한다는 사실 그 자체도 모르는 점원의 말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계 가전 및 IT제품의 경연장으로 불리는 아키아바라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이 말은 디지털시대에는 향후 10년 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막연한 기대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실제로 아키아바라 매장에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표적 디지털TV인 파브와 엑스캔버스 등 PDPTV는 물론 양문여닫이 냉장고 지펠·디오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1시간 30분 동안 매장을 돌아다녀 봤으나 국산 제품은 LG전자의 90리터급 냉장고(모델명 CUBEI), 576리터급 양문여닫이 냉장고(모델명 LR-A57AB·LA-A57MS) 등 두 가지 제품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외 모든 매장은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과 NEC의 노트북, 파이어니어의 PDPTV 등 메이드 인 재팬으로 채워져 있었다.
물론 기자가 국산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 매장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시간적 한계로 인해 아키아바라 전매장을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디지털시대의 국산 가전 및 IT제품의 실상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와 함께 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적 가전업체가 그동안 배포해온 일본시장 진출에 대한 홍보자료에 담긴 역수출·역공략이라는 단어가 왠지 멀고 낮설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일본 따라잡기라는 숙제가 끝난 것처럼 들떠 있다. 심지어 이미 일본을 제쳤다고 기염(?)을 토하는 업계 관계자도 많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다. 아키아바라에서 본 한국 가전의 현주소는 아직도 갈 길 이 멀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줬다.
<도쿄=정보가전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