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강성욱 사장 사임 배경 및 향후 전망

한국HP 엔터프라이즈시스템그룹(ESG)을 총괄하던 강성욱 사장이 통합법인 출범 넉달만에 사임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향후 한국HP 조직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 9월 25일자 13면 참조

 한국HP는 강 사장 사임에 따라 오는 10월 1일부터 최준근 사장이 ESG를 겸임하는 체제로 움직이게 된다. 한국HP측에서는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서비스 조직(HPS) 수장에는 별도의 총괄임원이 임명될 예정이며, ESG 조직의 일부 인사와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강 사장은 25일 본지기자와 만나 “현재 상황에서는 최준근 사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사임이유를 밝혔다. 강 사장은 “컴팩에서는 재량권을 많이 주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보여달라는 식이었다면 이미 많은 부분을 갖추고 있는 HP에서는 일부 역량을 추가하는 정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최 사장과 이원화된 체제로 조직을 운영할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의 사임소식에 대해 한국HP 내부에서는 ‘갑작스럽지만 예견된 수순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HP의 핵심영역인 ESG 총괄역할과 전체사업을 관장하는 총괄사장이 다르다는 점을 두고 출범 당시부터 한국HP 안팎에서는 뭔가 ‘불협화음’이 일어날 것이란 예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 5년간 컴팩코리아를 운영하며 보여준 강 사장의 스타일이 ‘구 한국HP 시스템’과 너무 달라 이 관계가 어떻게 풀릴 지도 예의 주시를 받아온 터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강 사장은 “지금처럼 4개 그룹이 독립된 상황에서는 통합HP의 단일한 얼굴을 보여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조직적 한계는 언제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였다”고 답해 그간 4개여월간 ESG 조직을 이끌며 겪은 어려움을 간접 표현했다.

 이로써 한국HP는 2003년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고 법적인 통합작업까지 마무리되는 11월부터는 최 사장을 중심으로 한 통합조직으로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및 조직정비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강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우선은 최 사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 사장이 ‘조직안정’이란 토끼를 잡게 된 대신 ‘매니저급 보강’이라는 또 다른 토끼를 잡아야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즉 과거 최 사장의 리더십이 한국썬으로 옮긴 유원식 사장이나 천부영·최동출 전무 등 굵직한 영업통들의 포진을 전제로 발휘됐다고 볼 때 이미 이 구도가 깨진 상황에서 ESG를 보강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또 다른 분석으로는 강 사장의 사임이 단순히 조직문화나 경영스타일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HP 전체의 구도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의 조직과 같은 구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임시 조직이며 따라서 머지않은 시기에 통합형태의 2차 조직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내부분위기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강 사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항간에 모 대선주자 캠프로 합류가 떠돌지만 사실무근”이라며 “컴퓨터분야만 오래했으니 다른 분야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