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직접 제작하는 방송, 재단법인 시민방송의 RTV는 지난 16일 개국, 현재 위성방송 154번을 통해 방송중이다.
RTV는 이른바 퍼블릭 액세스 방송으로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편집이나 내용에 대한 심의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방송이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60년대 캐나다에서 시작된 뒤 이후 미국과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미디어 운동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퍼블릭 액세스 운동은 지금 대부분 나라에서 정부나 공적인 자금의 지원을 받는 지역단위 채널로 활성화 돼 있다.
RTV의 프로그램으로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들이 주제와 패널을 직접 구성하고 토론내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 생방송 ‘RTV 시민토론’, 독창적인 시각의 VJ들이 만든 영상물로 구성된 ‘열린영상 시민의 눈’, 대학 영상동아리나 학과에서 제작한 실험적인 영상물을 보여주는 ‘캠퍼스 스크린’, 대학 영상동아리 연합이 제작하는 대학연합뉴스 ‘뉴스 INN’, 시민단체들이 한 주간의 이슈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NGO 스페셜’, 청소년들의 발랄한 시각을 보여주는 ‘우리는 영상세대’, 아시아의 젊은 VJ들의 참여 프로그램인 ‘아시아로의 초대’ 등이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시민들이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방송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또 RTV가 직접 제작하거나 시민이 기획하고 RTV가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상이라는 색깔을 보여준다. 기존 방송에서 시청률 실패로 자취를 감춘 시 전문 비평 프로그램을 재미와 품격을 갖춰 복원시킨 ‘김사인의 시의 매혹’, 변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진솔한 삶을 따라가 보는 ‘현장기록 사람, 사람들’, 제3세계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음악 프로그램 ‘음악으로 보는 세계’, 이산가족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북에 보내는 영상편지로 꾸며진 ‘하얀 편지’, 독립·단편영화 전문 소개 프로그램 ‘OFF 시네마’ 등이 신선한 이미지로 시선을 끈다.
RTV는 방송의 형식적인 개방성이 내용면에서 다양성과 창조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곧 위성방송에서 가장 볼 만한 채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RTV는 자체 스튜디오와 기자재를 개방하고 일반시민의 방송제작을 교육하는 시민제작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시민제작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광범위한 VJ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백낙청 RTV 이사장은 “방송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시청자가 더 이상 수용자의 지위에 머물지 않고 직접 새로운 방송문화를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고 RTV 개국의 의미를 설명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