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영화단체 및 문화시민단체 관계자 10여명이 25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 개혁을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을 열고 영등위의 개혁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영등위 가요·음반소위원회의 김재용(오른쪽에서 세번째) 위원과 비디오물등급분류소위원회의 이원재(오른쪽에서 네번째) 의원은 영등위의 개혁을 요구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정동수기자dschung@etnews.co.kr>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면서 영등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달 말 영화 ‘죽어도 좋아’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영등위 위원 3명이 공동성명서를 내고 사퇴한데 이어 25일 문화예술인 20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영등위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영등위 위원 2명이 영등위 개혁을 다시한번 촉구하며 추가로 사퇴를 표명했다.
이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영등위와 관련된 문제점을 잇따라 지적하며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이같은 요구는 지난 23일 김수영 위원장이 ‘죽어도 좋아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한 위원회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영등위 개혁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을 밝힌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기된 것이라 향후 영등위 개혁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문화예술인 선언=이날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에는 이현승 영화감독과 정남준 민예총 사무국장을 비롯, 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현기영대표, 김동원 한국독립영화협회 회장, 가수 정태춘, 시인 고은 등 문화예술인 2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영화 ‘죽어도 좋아’ 제한상영가 판정은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매우 주관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내부 소통조차 원할하지 못한 비민주적인 조치며 이같은 결과는 영등위의 제도화된 모순과 구조적 결함에 있다”며 영등위 대개혁을 요구했다.
또한 명실상부한 민간자율심의기구로 거듭나기 위한 영등위 개선방향으로 △대국민서비스문화기구로의 위상 정립 △위원 인선범위 확대 △공개심의참여제도 마련 △선택등급제로 전환 △내용기술제도 도입 △등급보류제도 폐지 △외국영화 수입추천제 폐지 △심의규정 재제정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날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장에는 이원재 영등위 비디오분류소위원회 위원과 김재용 영등위 가요음반소위원회 위원은 사퇴성명을 통해 “영등위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시민의 볼 권리에 기반한 진정한 등급분류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혀 영등위 내부에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음을 대변했다.
◇국회의원들도 개혁 요구=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영등위 국정감사에서 영등위 조직과 위원구성, 심의규정, 사후관리 등 영등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일윤 한나라당 의원은 “문화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영등위는 윤리규제는 물론 산업적 파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됐지만 조직의 객관성과 전문성은 대단히 미흡한 상태”라며 “정책기획 및 정책연구실 역할을 담당할 전문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화 ‘죽어도 좋아’를 둘러싼 잡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등급분류 심의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소위원 자격조건을 강화하고 명문화해 소위원 구성과 관련한 공정성 시비를 없애고 매체별 세부심의규정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동채 민주당 의원은 “최근 2년간 사후 모니터제도를 통해 총 344건에 대해 등급분류 조정 건의가 이뤄졌지만 단 한건도 등급분류 재조정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형식적인 사후관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심재권 민주당 의원도 “영등위가 민가등급분류기관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투명한 심의절차 마련이다”고 강조했다.
◇영등위 입장=지난 23일 김수용 영등위 위원장은 ‘죽어도 좋아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한 위원회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영등위 위원들의 사퇴는 민주적, 합법적 절차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러한 과격하며 무책임한 행동을 하기보다는 부여된 임무안에서 최선의 개선책을 모색해나가는 편이 보다 책임있는 자세”라고 반박했다.
또한 영등위 개혁에 대한 목소리에 대해 “등급분류 작업은 원론적·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만큼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에 맞춰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