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 근교에 IT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처음 밝혀졌다. 이는 지난 12일 전격 지정된 신의주 특별행정구에 이어 평양에서도 IT산업을 적극 육성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돼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통일IT포럼 창립 2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북한의 고위 당국자로부터 현재 평양 근교에 일정규모의 IT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으며 (신의주특구와 달리 북한당국이) 이를 직접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던 박재규 전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이 관계자들을 불러 ‘개성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신발·봉제 공장이 들어서는 것도 좋지만 IT단지를 만드는 것을 적극 고려해 달라’고 지시했다”며 “북한 지도층은 경제재건을 위해서는 IT분야를 바탕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7월 1일 경제관리 새 조치 이후에도 IT교육을 받았거나 기술보유자에 대해서 기술자로 인정해 특별 연구비나 지원비를 주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고 박 전 장관은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또 “김 위원장이 (교육에 절대 부족한) 컴퓨터와 기술을 남쪽이 지원해 주고, 신의주 외에 평양 근교에 들어설 IT단지에 남측으로부터의 적극적인 기술지원과 공동투자를 원하고 있으며 이미 남북이 합의서명한 4개 경제협력 합의서도 서둘러 발효시킬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러시아 방문때 김 위원장이 컴퓨터 지원문제를 러시아 당국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박 전 장관은 덧붙였다.
이번 신의주특구 지정과 관련, 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00년 상하이 푸둥지구 방문 직후 신의주에 들러 IT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하는 등 IT중심의 신의주 개발은 오래 전부터 연구해온 결과일 것”이라면서 “남북장관급 회담시에도 김 위원장은 신의주지역에 단지를 만들고 있는데 IT가 중심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박 전 장관은 특히 “북한은 IT단지가 평양 등에 착공되더라도 남한과 일본이 주축이 돼 과감한 투자와 협력을 해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7·1 경제관리 및 신의주특구 조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북한이 다음 단계의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수 있으므로 남한은 북한이 다음 조치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완영 아이엠알아이 회장은 평양에는 현재 대동강 구역을 중심으로 아이엠알아이의 PC모니터공장, 하나로통신의 통신장비공장, 중소기업협동조합 사업팀(성남전자 등 컨소시엄) 등 한국 기업을 비롯해 지난 16일 문을 연 중국 슝마오사의 PC조립공장과 CD롬 제조공장 등이 입주해 있는데 IT단지가 들어설 경우 이 지역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