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와 전자신문이 공동주최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9월 수상작으로 PC·온라인·비디오 부문에는 멀티엔터프라이즈의 ‘네모고양이-아네모네’, 업소용·모바일 부문에는 엑스포테이토의 ‘컴온베이비2’가 각각 선정됐다.
7편의 작품이 몰려 열띤 경쟁을 벌였던 PC·온라인·비디오 부문에는 오랜만에 아동용 PC게임이 수상의 영광을 얻었으며 단 2편만 출품돼 수상여부가 불투명했던 업소용·모바일 부문에도 수상작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번에 수상한 두 업체는 ‘연속 홈런’을 날려 다른 업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멀티엔터프라이즈의 ‘네모고양이-아네모네’는 우수게임사전지원제작작품에 선정된 데 이어 이번달 우수게임상을 받았으며 엑스포테이토도 ‘컴온베이비1’이 2000년 7월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데 이어 ‘컴온베이비2’가 9월 수상작으로 다시 뽑혔다. 시리즈가 연속해서 수상하게 된 것은 컴온베이비가 처음이다.
◆PC·온라인·비디오 부문- ‘네모고양이-아네모네’
멀티엔터프라즈의 개발실에 들어서면 ‘네모고양이’의 커다란 모형이 자리잡고 웃고 있다. 9월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네모고양이’는 얼굴이 직사각형인 네모고양이 캐릭터가 돋보인 제품이다. 멀티엔터프라이즈는 게임기획 초기부터 캐릭터 개발에 몰두, 일본 현지 시장탐방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네모고양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게임의 초석부터 단단히 다진 ‘네모고양이-아네모네’는 개발 착수 9개월여 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멀티엔터프라이즈 지현민 사장은 98년 자신이 근무했던 금강기획 게임사업부문의 ‘녹색전차 해모수’ 게임판권을 인수하면서 독자적으로 회사를 설립, 게임사업을 펼쳤다. 멀티엔터프라이즈는 ‘녹색전차’를 대만과 중국에 수출하는 한편, ‘메가맨 X5’ 등 코나미·캡콤 등 해외 게임개발사의 게임 판권을 획득, 외국게임을 국내에 유통하는 데 주력했다.
2001년까지 멀티엔터프라이즈는 개발사라기보다 용산에서 게임을 총판하는 게임유통조직에 가까웠다. 게임개발이래봤자 홍보용 CD나 교육용 타이틀 정도를 개발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유통사였던 멀티엔터프라이즈가 게임개발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올해 1월 게임개발사인 INB와 합병하면서부터다.
지 사장은 게임개발사로 온라인게임이 급부상하는 데다 PC게임 시장이 날로 침체되고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PC게임유통 위주의 사업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운이 따랐던 것일까. 오래된 개발사 중 하나인 재미시스템즈 출신의 개발인력이 포진해 있는 INB와 합병하면서 7, 8년차 개발자들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전열이 정비되면서 멀티엔터프라이즈는 서서히 개발사로 탈바꿈했다. 판권은 확보하고도 컨버전 기술이 없어 시장에 내놓지 못했던 플레이스테이션(PS)용 타이틀 디지몬을 PC로 완벽히 전환하는 데 성공하고 ‘네모고양이’도 우수게임 사전제작 지원작품으로 선정된 것.
지 사장은 앞으로 게임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게임유통 노하우를 십분 발휘, 멀티엔터프라이즈를 개발과 유통을 모두 아우르는 게임사로 키울 계획이다. 이미 플레이스테이션(PS)2 개발권을 획득하고 오는 10월부터 PS2 타이틀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며 ‘네모고양이’ 캐릭터를 이용한 또다른 PC게임도 기획중이다. 또 지난 1월부터 아리랑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레스톨 특공대’, 오는 11월부터 MBC와 투니버스에서 방영예정인 ‘꼬마 마법사 레미’ 등의 PC게임도 유통할 예정이어서 멀티엔터프라이즈는 아동용 게임분야의 숨은 강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지현민 멀티엔터프라이즈 사장 인터뷰
“오랫동안 게임유통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게임개발은 ‘네모고양이-아네모네’가 처음입니다.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이달의 우수게임을 수상하게 되니 더없이 기쁩니다.”
수상 소식을 접한 지현민 사장(36)의 얼굴에는 함박꽃이 활짝 폈다. 게임유통분야에만 10년 이상 일하면서 잔뼈가 굵어온 지 사장이지만 게임개발은 ‘네모고양이’ 가 첫 작품이어서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판권을 획득해 남의 게임을 유통하는 일을 많이 해온 지 사장으로서는 자기 회사 이름이 걸린 게임을 유통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 사장은 “현재 국내 게임유통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완성하고도 게임 판매가 잘될까 걱정된다”며 초조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 사장은 “일단 게임개발쪽에도 자신감을 얻은 만큼 좋은 아동용 게임을 꾸준히 개발해 이름을 날리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업소용·모바일 부문- ‘컴온베이비2’
컴퓨터가 즐비한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 개발사와 달리 아케이드 개발업체에는 묵직한 게임기기들이 먼저 눈에 띈다. 엑스포테이토도 마찬가지다. 대형기기와 컴퓨터 사이사이에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게임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2000년에 선보인 ‘컴온베이비’ 는 화려한 그래픽과 앙증맞은 아기캐릭터가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다 코뿔소 꼬리를 잡아당겨 코뿔소를 날려보내는 게임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때문에 ‘컴온베이비’는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젊은이들이라면 한번씩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때문에 신생게임업체에 불과했던 엑스포테이토는 일약 아케이드게임업체의 ‘샛별’로 급부상했다. ‘컴온베이비’는 국내에는 1000여대, 해외에도 수백대 이상 팔려나가 엑스포테이토가 재정적 안정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회사 직원이었던 이 사장이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게임개발사를 만들어보겠다고 욕심을 낸 것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98년 여기저기 안면을 익혀가며 돈을 빌려 회사를 설립했던 이 사장은 게임개발하는 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남의 돈으로 게임개발하는 데서 오는 중압감’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컴온베이비가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모 업체에서 몇년간 그냥 일해야 했을지도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엑스포테이토는 지난해에 컴온베이비에서 돈을 어느정도 벌어들인 데다 외부 투자자금도 유치해 자금이 풍부해졌다. 엑스포테이토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짱구는 못말려’ 아케이드 게임 등 게임유통사업에도 손을 댔다. 결과는 별로였다. 게임개발이 아닌 다른 데 눈을 돌리다보니 지난해에 출시됐어야 할 ‘컴온베이비2’를 이제서야 시장에 출시하게 됐다.
“지난해 게임개발이 아닌 다른 쪽에 손을 댔다가 수익도 못보고 사실 재미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직 개발에만 몰두하자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게 됐죠.”
이 사장은 ‘컴온베이비’의 성공으로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 ‘컴온베이비2’를 만드는 데 매달렸다.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비디오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는 엑스포테이토 외에는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었다.
전작보다 더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탄생된 것이 ‘컴온베이비2’. 전편이 여름 스포츠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컴온베이비2’는 알프스를 배경으로 6명의 슈퍼베이비들이 눈굴리기·스키점프 등 겨울 스포츠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품이나 메달 게임은 아직 개발할 생각은 없습니다. 엑스포테이토가 한국에 남은 마지막 비디오 아케이드 게임개발사라는 자존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컴온베이비2가 침체된 국내 아케이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독창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엑스포테이토는 현재 아케이드산업이 힘들기 때문에 ‘컴온베이비’를 PC게임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비롯해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개발, 온라인게임 개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이상헌 엑스포테이토 사장
“저희한테는 ‘컴온베이비2’ 밖에 없습니다.”
‘컴온베이비2’가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상헌 사장(30)의 첫마디다. ‘컴온베이비1’은 2000년 7월 이달의 우수게임과 같은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아케이드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엑스포테이토의 매출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여기에 속편도 게임의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니 ‘컴온베이비’ 시리즈는 엑스포테이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뒤집어 생각해보면 엑스포테이토는 그만큼 ‘컴온베이비2’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는 뜻이다.
특히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개발자들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이 사장은 “이제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게임이 아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역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게임이 21세기 새로운 커뮤니케이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