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헥터 루이즈
AMD 회장 겸 CEO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영원한 라이벌 AMD. 이 회사는 다른 수 많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들이 모두 인텔의 아성 앞에 무릎을 꿇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텔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4월 창업자인 제리 샌더스 3세의 뒤를 이어 CEO 겸 회장으로 등극해 AMD를 이끌고 있는 헥터 루이즈로부터 전세계 IT시장에 대한 전망과 향후 비전, 인텔과의 경쟁 전략 등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반도체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으며 AMD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오늘날 반도체업계가 침체한 요인 중 하나로 천편일률적인 기술이 과잉 공급돼 재고가 누적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AMD가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세계 시장에 단순한 기술이 아닌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 시장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기능을 개선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 보다 큰 경제적인 요소와 시장 상황이 IT업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기술업계는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전력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외부 요인에 상관없이 최선의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고 침체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PC 수요가 침체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대다수의 PC 사용자들이 자신의 PC 성능에 대해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에 대한 AMD의 대책은 무엇인가.
▲고객들은 PC 성능이 개선되는 데 따르는 이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반면 매일같이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정리되지 않은 기술 정보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본다. 이에 따라 AMD는 고객들이 PC 성능 향상에 따른 이점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한 정책인 ‘PC 성능 제대로 알기(TPI:True Performance Initiative)’를 마련했다.
TPI는 프로세서의 진정한 성능을 정확하고 손쉽게 측정할 수 있도록 새로운 평가 방법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AMD는 고객의 PC 성능에 대한 확신이 수요 증가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MD는 그동안 빠른 클록속도로 인텔과 차별화해왔다. 그러나 올해들어 클록속도 경쟁에서 인텔에 뒤처지게 되면서 클록속도는 전체 프로세서 성능을 측정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며 전반적인 성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마케팅 전략에 혼란을 가져오지는 않는가.
▲펜티엄4가 출시되기 전까지 인텔과 AMD가 갖추고 있는 이전 아키텍처들은 거의 클록속도만으로 구분됐기 때문에 클록속도는 시스템 성능을 측정하는 합리적인 기준이었다. 실제로 모든 여타 설계 부분들이 동일했기 때문에 클록속도만이 유일한 구별 요소였다. 그러나 이후 각 사가 출시하는 새로운 세대의 프로세서는 클록속도의 수치인 주파수와 클록당 실행되는 작업량이 모두 함께 증가했으며 애슬론XP와 펜티엄4는 이전의 유사한 프로세서 아키텍처와는 분명히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펜티엄4의 경우 이러한 등식에서 실제로 후퇴했으며 클록당 완료되는 처리량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시스템 성능의 주요 측정 지표인 클록속도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AMD는 업계 리더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진정한 성능 캠페인을 추진함으로써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성능 측정 지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아이테니엄은 64비트 애플리케이션에서만 운용되는 데 비해 AMD가 곧 출시할 예정인 해머 기술 기반의 64비트 애슬론과 옵테론 프로세서는 32비트 및 64비트 애플리케이션 모두에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64비트 컴퓨팅에 대해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MD는 기존 32비트 인프라를 64비트 전용 인프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하거나 꺼린다는 점을 알고 있다. 너무 많은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IT 관점에서 타당성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해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AMD 애슬론 및 AMD 옵터론 프로세서가 보다 효과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AMD는 고객이 완전히 준비됐을 때 64비트 컴퓨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가 64비트 컴퓨팅으로의 전환 시기와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32비트 인프라에 대한 기존의 막대한 투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현재 시장에서 AMD의 64비트 전환 접근 방식의 타당성이 입증되고 있다.
―PC 수요가 침체를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정보가전 등과 같은 포스트PC 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에 대한 AMD의 전략은.
▲AMD는 지난 2월 알케미세미컨덕터를 인수해 PCS(Personal Connectivity Solutions)사업부를 신설했다. AMD는 알케미의 인수를 통해 이미 여타 경쟁 제품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저전력·고성능 프로세서를 개발한 업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팀을 확보하게 됐다. PCS사업부는 PDA, 웹 태블릿, 유무선 인터넷 접속장치 및 게이트웨이 등 세분화된 수많은 시장을 파고들게 될 것이다.
AMD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포스트PC 시장이 향후 AMD의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AMD는 PC 및 PC를 제외한 컴퓨팅 장비(non PC) 모두를 위한 완벽한 커넥티비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인 경험과 고객 관계, 그리고 지적 자산 등을 보유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또 한국 시장을 위한 특별한 전략은 없는가.
▲한국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이의 수용이 매우 빠른 국가로 알고 있다.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와 인터넷의 보급이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으며 휴대폰·인터넷게임 등 이를 활용한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어 정보기술(IT)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플래시메모리 등 두 제품에 집중해 각각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플래시메모리 부문은 기존의 제품군과 더불어 지난 5월에 소개한 미러비트 제품의 홍보와 마케팅에 치중할 예정이다. 미러비트는 플래시메모리 제품에서는 최초로 한셀당 2개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첨단제품이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중요성과 점유율이 커지고 있는 한국의 휴대폰 제조회사들의 요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메모리 그룹의 영업과 마케팅 인력을 강화했으며 보다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휴대폰용 플래시메모리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MCP 메모리를 적기에 개발·공급함으로써 한국 고객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PDA를 포함한 디지털 가전 시장의 마케팅을 위해 새로 개발한 휴대폰용 프로세서와 함께 메모리·프로세서·소프트웨어 등을 통합시킨 토털 패키지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PC 시장의 경우 올초 지난해 대비 16%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상반기를 집계한 데이터를 참조하면 지난해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더구나 홈쇼핑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유통채널의 성장으로 AMD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조립시장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마이크로프로세서 부문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채널 외에 PC게임방·홈쇼핑채널·양판점·할인점 등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며 행망과 기업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고객에게 특별히 전할 말은 없는지.
▲AMD에 있어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AMD를 지원해준 한국의 고객에게 감사드린다. AMD는 전세계 컴퓨팅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한국 시장에서도 열성적이고 헌신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