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WCDMA 핵심칩 현주소는...국내 기술력 `상당수준`

 비동기식 IMT2000(WCDMA) 사업주체로 선정된 KT아이컴이 내년 중반 상용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주요 장비업체들과 함께 기지국·단말기 개발을 시작하면서 WCDMA용 반도체·부품시장이 급류를 타고 있다.

 초기 장비 개발에 필수적인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업체가 초도물량 발주를 받아 제품공급에 들어갔으며 일부 고주파(RF) 부품업체들과 디지털신호처리기(DSP)업체에도 물량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발주에서 수혜를 입은 업체는 대다수가 외국 업체들이다. 장비업체가 자체 개발한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많은 해외업체가 협력업체로 WCDMA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초도물량이고 1차 발주라지만 상용서비스가 본격화되더라도 주력 납품업체가 국내 업체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WCDMA시장의 꽃인 3세대 단말기 개발에 또다시 퀄컴 칩세트가 주력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관련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왜 또 퀄컴인가=당초 정부는 3세대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유럽 등 전세계 이동통신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는 GSM시장을 겨냥, WCDMA를 3세대 통신규격으로 선정했다. 반도체·부품업체들은 GSM방식이 시장규모도 크고 CDMA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퀄컴의 지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아래 앞다퉈 제품개발에 매달렸고 이제 그 성과물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 상당수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대내외적인 통신환경 변화에 따른 이동통신사업자들과 통신장비업체들의 전략이 변화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금방 터져줄 것 같았던 WCDMA시장이 유럽 IT경기의 지체로 2.5세대 GPRS의 상용서비스도 본격화되지 않는데다 제일 먼저 WCDMA서비스의 포문을 열었던 NTT도코모가 14만여 가입자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인 것.

 이 때문에 국내 통신사업자들과 장비업체들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확산속도를 보이고 있는 퀄컴의 cdma2000 1x를 기반으로 WCDMA까지 연계되는 형태로 전략을 바꾸면서 또다시 퀄컴에 의존하는 형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기술력은 어떤가=현재 국내업체들의 WCDMA 기술력은 상당수준에 이르고 있다. 가장 앞서있는 것이 LG전자. LG는 WCDMA 기지국에 필요한 ASIC을 직접 개발, 상용화하기에 이르렀고 PCB 등 여타 부품의 기술력도 고루 갖추고 있다.

 단말기의 핵심칩인 MSM과 RF칩을 국산화한 벤처도 상당수 있다. ETRI·삼성전자에서 이동통신 핵심기술을 연구했던 이들은 WCDMA 싱글모드뿐만 아니라 cdma2000 1x와 호환되는 듀얼모드·듀얼밴드 기술력도 갖춰 시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표면탄성화(SAW)필터와 전력증폭기(PA) 모듈을 제조하는 LG이노텍·삼성전기 등 국내 업체들은 WCDMA 방식과 CDMA, GSM, GPRS 등 다양한 통신규격을 지원하는 기술력과 제품군을 갖춰놓고 있다.

 ◇대안은 없나=반도체·부품업계에서는 동기식 cdma2000 1x와의 호환을 위해서는 WCDMA시장에서도 퀄컴의 솔루션을 따라야 한다는 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의 지적을 그대로 수긍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핵심부품의 기술력이 검증되고 있는데다 부품 국산화라는 먼 장래를 내다보는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막 시작되고 있는 WCDMA시장, 국산화의 결정이 절실한 때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