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만큼 무서운 것이 도박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쉽지 않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박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아편’으로 불리는 인터넷도박이 안방까지 파고들었다.
음란사이트로 대표되던 사이버범죄 유형에 인터넷도박이 주류로 급격히 치고 올라왔다. 익명성·비대면성과 함께 따로 하우스로 불리는 물리적 장소가 필요없고 당장 현금이 없어도 도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도박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99년 처음 인터넷도박사이트 운영자가 실정법 위반으로 검거된 데 이어 그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인터넷피해 청소년지원센터는 인터넷도박의 유혹에 빠진 네티즌이 지난 2년사이 무려 3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설문조사 결과, 현재 국내 네티즌의 6.1%가 인터넷도박을 경험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미 인터넷도박은 일반화된 사이버범죄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이 인터넷도박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법원도 인터넷도박사이트가 도박장에 해당된다고 선고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지법 형사12단독 윤현주 판사는 최근 고스톱넷(http://www.gostop.net)을 운영하며 고스톱 대회를 연 사이버게이트 대표와 인터넷사업팀장에게 도박개장죄를 적용,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프라인도박에 비해 인터넷도박의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데 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건강센터는 최근 심리 건강치료를 받는 389명을 대상으로 도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인터넷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74%가 정신장애 분석상 2번째 수준(문제가 있음) 또는 3번째 수준(병리학적인 문제가 있음)의 행동장애를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 실제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2번째 또는 3번째 수준의 행동장애를 보이는 확률이 22%에 불과했다.
이같이 인터넷도박의 사회적 병폐가 점점 노골화되자 미국 상원은 인터넷도박을 금지하는 ‘인터넷도박 금지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인터넷도박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줄 모르고 있다.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네티즌들이 외국 카지노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할 경우 현재의 기술로는 추적이 어렵다. 또 외국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개설한 업체에 대해선 현지 경찰의 공조없이 추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사이버 윤리교육과 예방만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26일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8월 7일부터 한달여간 인터넷상의 고스톱·포커 등 사행성 사이트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해 도박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3개 사이트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또한 인터넷도박을 ‘사이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집중적인 단속을 펼칠 계획이다. 이미 경계를 넘어 장소와 연령에 상관없이 퍼지고 있는 인터넷도박의 유혹은 네티즌들에게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