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하이디스` 매각 의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분기 세계 중대형 TFT LCD 시장점유율

 하이닉스반도체가 TFT LCD부문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중국 BOE에 매각키로 한 것은 하이닉스 처리문제와 TFT LCD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과거 일부 계약금까지 지불했다가 포기한 대만 ‘캔두 컨소시엄’의 예를 봐도 MOU 체결 이후 본계약까지 적지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매각주체인 하이닉스와 BOE의 의지가 강해 또다시 매각이 도중에 결렬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본계약 이후의 이해득실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하이디스의 딜 규모가 하이닉스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TFT LCD부문 자체가 하이닉스의 비핵심 사업 중에서 최대 규모인데다 답보상태에 빠진 하이닉스 구조조정과 관련, 새로운 단추를 뀄다는 점에서 결코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TFT LCD는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제패하며 ‘포스트 메모리’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가 대만에 이어 중국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분야란 점에서 향후 첨단 기술 유출과 국내 관련 산업 위축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하이닉스 숨통 트이나=그간 6조1000억원의 부채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열을 올려왔던 하이닉스로서는 하이디스 매각으로 일단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이번 매각자금(4500여억원)과 기존 보유 유동현금(4600억원)을 활용, 고부가 주력제품인 DDR SD램의 생산비중을 높이기 위한 설비투자 및 R&D 비용부담을 덜게 됐기 때문이다.

 추가 구조조정과 현금확보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측은 이와 관련, “여세를 몰아 비메모리 사업부인 ‘시스템IC 컴퍼니’를 분리 매각하는 한편 최근 상장된 이미지퀘스트, 현대오토넷 등 관계사의 지분을 보호 예수기간이 끝나는 대로 현금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도이체방크의 새로운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알려진 2조원 가량의 출자전환만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는 입장이다.

 ◇BOE, 최적의 파트너인가=하이닉스가 하이디스의 인수자로 BOE를 선택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BOE는 어떤 회사이고 적절한 파트너인지에 대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하이디스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른 BOE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하이닉스와 채권단, 그리고 업계 일각에서는 BOE가 중국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업고 있는데다 LCD사업 육성 의지가 크다는 점에서 딜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미 작년에 하이디스의 TN/STN 부문 자회사인 현대LCD를 인수한 BOE로선 이번에 TFT LCD까지 인수, 종합 LCD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어렵게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한 TFT LCD업계의 한 축을 그것도 미래의 경쟁국이 될 중국에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특히 향후 TFT LCD 최대 시장이자 공급기지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돼 하이디스 인수로 관련기술 및 생산설비를 동시에 확보하는 호기를 잡았다는 평이다. 게다가 하이디스는 초광시야각 기술인 ‘FFS’를 포함해 차별화된 기술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외부 자본 유출을 꺼리는 중국이 하이디스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그 이상의 반대급부가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대만이 턱밑까지 쫓아와 버거운데 중국까지 하이디스를 통해 추격해온다면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도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LCD산업에 미치는 영향=하이디스의 해외 매각으로 당장에 한국의 TFT LCD 시장지배력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한 대만이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세계 1위인 한국의 명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한국과 대만의 격차는 4∼5%대에 불과하다. 반면 하이디스의 지난 2분기 세계 시장점유율은 3.4%로 세계 11위권이다. 따라서 하이디스가 BOE로 매각된다면 한국은 국가별 시장점유율 면에서 대만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이디스의 이탈로 TFT LCD 메이커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2곳으로 압축돼 부품·소재·장비 등 관련 산업의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하이디스가 BOE로 매각된다 해도 이천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수조원대의 투자가 수반되는 5세대 이후의 설비투자와 차세대 생산거점을 한국에 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관련 그래프/도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