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e-Biz클럽 토론회]지방기업의 e비즈니스화 현황과 육성전략

제8차 e-Biz클럽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방기업들은 대내외적으로 e비즈니스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 윤성혁기자 @etnews.co.kr>

 

 전자신문사와 한국커머스넷(대표 안병문)이 공동주관하고 한국전산원이 후원하는 제8차 e-Biz클럽 토론회가 지난 25일 경남 창원시 창원호텔에서 열렸다. ‘지방기업의 e비즈니스화 현황과 육성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수도권 지역에 비해 열세를 보이는 지방기업의 e비즈니스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지관 창원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주제발표와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방의 정보화 수준은 수도권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개별기업의 e비즈니스화는 아직 요원하다”는데 공감하며 “지방자치단체 시대에 걸맞은 체계적인 지원과 지방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e비즈니스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토론자

 사회:정태명 교수(성균관대)

 주제발표:김지관 교수(창원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토론:김주 상무(삼성SDS)

  이동길 센터장(마산소프트웨어센터/가온소프트 사장)

  김종일 전무(태광실업)

  유천수 부장(한국전산원 지식정보기술단)

  윤종수 팀장(마산상공회의소 전산정보팀)

 

 ◇사회:마산·창원지역을 중심으로 지방기업의 e비즈니스화 현황을 말해달라.

 ◇이동길(마산소프트웨어센터 센터장):마산·창원지역에는 약 5000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이 가운데 3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정보화에 투자한 금액이 5000만원 이하라고 대답한 기업이 82%에 달한다. 1억원을 넘는 곳이 불과 20% 정도다. 이 예산은 대부분 PC구매와 홈페이지 구축 등 기초단계를 위한 투자로 쓰여졌다. 서버가 없다고 대답한 곳도 60%를 상회한다. 이처럼 정보화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e비즈니스 활성화 차원에서 현상황을 짚어본다면 IT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이나 파는 쪽이나 아무도 없는 ‘공동화 현상’이라고 보면 큰 무리가 없다.

 ◇윤종수(마산상공회의소 전산정보팀 팀장):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으로 e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양적팽창만 노리다 보니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검증이 없어 긍정적 답을 내리기가 힘들다. 경남지역 전자상거래 실태를 조사하면서 통계청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만 통계청은 지방의 실적이 미미해 통계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지방의 실태는 조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의 전자상거래 통계 자체가 의미없다는 얘기다. e비즈니스화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겠는가.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e비즈니스에 대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도 큰 일이다.

 ◇김종일(태광실업 전무):수치상으로도 허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의 중소기업이 e비즈니스화의 목표설정을 분명히 정하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도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ERP를 구축하게 되면 생산성 제고, 비용절감, 매출증대 효과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정보화가 무의미하다는 판단하에 투자를 꺼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태광실업은 3년간 ERP를 구축하면서 제조 이외의 95%에 해당하는 납기단축에 초점을 맞췄다. 정보화를 통해 시장확산과 매출증대를 노린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급변하는 시장에 접근하느냐의 문제로 봤던 것이다. e비즈니스화의 목표를 정확히 설정해야 자발적인 투자가 일어날 것이다.

 ◇사회:지방기업의 e비즈니스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역 기반 IT업체도 힘들다는 얘기인데, 경남지역 IT업체의 현황은 어떠한가.

 ◇이동길:이지역 IT기업은 대략 210여개 정도다. 이중 최근 84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평균매출액이 연간 7억원, 보유인력은 평균 약 9명 정도다. 이 중 59%만이 법인이었으며, 마산소프트웨어센터 같은 집약센터에 입주한 업체가 65%에 달할 정도로 자생능력이 약하다. 독자솔루션을 갖춘 기업은 34%밖에 안된다. 이처럼 지역 기반의 IT업체가 열악한 것도 지방 기업의 e비즈니스화를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다. 영세성, 솔루션 부재,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김주(삼성SDS 상무):지방 IT업체가 시장이 없는데다 자생력도 부족해 힘들다는 데 공감한다. 삼성SDS는 6월 이전에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만 지난 1년간 약 70∼80개 업체에 ERP를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6월 이후에는 한건도 없다. 2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이 바닥나자, 수요가 없어져 버린 셈이다. 그러니 영세 지방 IT기업의 현실은 더더욱 힘들것이다. e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IT인프라 구축에 정부지원이 보다 절실하다고 보는 이유다.

 ◇사회:지역격차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슈화 돼왔다. 그럼에도 중앙정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종합해보면 지방 기업의 IT수요도 없고, 이에 따라 IT기업도 힘들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양쪽다 활성화할 수 있는 육성 전략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김주:CEO가 결정을 안하면 투자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방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중소기업 CEO들의 마인드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 CEO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는 포럼을 자주 열어야 결국 수요도 늘고 이에 따라 지역내 IT기업도 살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삼성SDS와 같은 대기업이 인력부족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차원에서 지방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그 지역내에서 뽑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윤종수:e비즈니스의 성패요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잘 이어가느냐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집약돼 있는 경남지역은 더욱 절실하다. 마산상공회의소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기업의 어려움은 한두해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지역에 80%의 자금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지방 벤처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정책적으로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든가 혹은 지역연고제를 두는 등 중앙정부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보겠지만 지방에서 겪는 피해는 그렇게 안하면 해결방법이 없다.

 ◇이동길:전통기업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의욕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돌파해주는 것이 IT기업의 역할이라고 본다. 신상품과 신기술을 선보여야 하는데 최신 정보의 부족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지방의 e비즈니스화를 활성화하거나 지역 IT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전시회나 세미나를 지방에서도 자주 열거나 △연구소의 지방 분산화 △대기업 혹은 IT기업의 지역연고제 등이 실현돼야 할 것이다.

 ◇유천수(한국전산원 지식정보기술단 부장):기업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보화 자금 투자를 바라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 돈은 결국 e비즈니스화를 위한 단초를 제공할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투자하려는 원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일률적인 정책시행에서 벗어나 지역마다의 특성을 살려 지원을 해야한다. 특히 현재 ERP를 구축하는 데만 급급해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는지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다. 이를 해결하려면 솔루션 구축 외에 컨설팅과 교육에 초점을 둔 지원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성공사례가 자꾸 쏟아져 나온다면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일:IT기업이 특정산업에 특화한 정보화 솔루션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신발산업의 정보화를 담당하는 전문 IT업체가 어디 있는가. 경쟁국 대만은 이미 이와 관련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특화한 정보화 기술을 갖춘다면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사회:지방의 e비즈니스에 대해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과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는 듯하다.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한다. e-Biz클럽도 지방기업의 e비즈니스화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   <정리 =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박스/<주제발표> 창원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김지관 교수

 

◆주제발표-경남지역의 e비즈니스화 현황

  

 경남지역은 산업구조상 2차산업 비중이 54.2%나 된다. 특히 금속기계의 비중이 51%나 되는 전형적인 기계산업지역이라 할 수 있다. e비즈니스화와 정보화는 불가분의 관계란 점에서 정보화에 대해 짚어보겠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들의 정보화 수준에 있어서는 수도권보다 높은 점수로 전국에서 가장 정보화가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수도권의 정보화 점수가 올해 48.5점인 반면 영남권은 49.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남지역의 정보시스템 도입은 최근 5년 이내 도입된 곳이 절반이상이고 자체도입보다 외부 또는 혼합형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전체적으로는 착수 및 확장단계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경남지역에 있어서의 전자상거래 현황을 보면 약 17%의 기업이 현재 전자상거래를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3년 이내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이 62.5%나 돼 전자상거래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은 높으나 아직도 20.6% 정도는 전혀 무관심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액을 보면 아직도 일부 기업에 치우쳐 있고 전반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보화 의지는 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치로만 볼 때는 정보화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없으나 이를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아직 경남지역은 수도권 수준에 비해 미달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 지방의 e비즈니스화 현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e비즈니스화는 시대적 요청이며 기업생존에 있어 절대적인 명제로 자리잡았다. 지역에 위치한 기업은 인력, 자금, 고객 접근성 등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에 있어 환경적으로 열악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전자상거래는 이러한 열악성을 보완하고 시장확대를 하기 위한 좋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과 정보화정책을 적절히 활용하고, e비즈니스와 관련된 지역 주체들이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갖춰 기업의 정보화와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