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사설망(VPN)의 황금어장인 금융권 시장을 놓고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간 선두권 경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 농협과 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 프로젝트를 각각 양분하면서 카드사, 보험사 등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VPN 시장의 선두권 다툼을 벌인 퓨쳐시스템(대표 김광태)과 어울림정보기술(대표 장문수)은 4분기부터 시작되는 3개 대형 은행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수주전에 들어갔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분기 동안 주춤했던 은행권 VPN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에 들어가 4분기에 VPN 구축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은행 프로젝트는 우리은행, CHB조흥은행, 기업은행 등으로 모두 본점과 전국 지점간 백업망 구축을 위해 VPN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프로젝트 규모가 약 20억원이며 나머지 2개 은행 프로젝트는 각각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는 올 상반기 약 100억원 달한 금융권 VPN 시장 규모에 비해 크게 못미치지만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의 올 상반기 VPN 매출이 각각 40억원, 45억원으로 단일업체가 3개 은행 프로젝트를 모두 수주할 경우 VPN 최대 호황이었던 올 상반기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4분기 대형 은행 VPN 프로젝트의 수주 결과에 따라 올 한해 VPN업계 선두자리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 VPN 프로젝트들이 K4e인증을 받은 방화벽이 내장된 VPN제품을 도입하고 있어 관련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 외에는 별다른 경쟁업체가 없다는 점에서 두 업체의 경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10월 중순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CHB조흥은행과 기업은행은 늦어도 11월까지 사업자를 확정할 것으로 보여 다음달부터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의 수주전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사는 4분기 대형 은행 프로젝트를 놓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어울림정보기술은 상반기 금융권 VPN 프로젝트 수주 실적을 확대해 올해말까지 VPN업계의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1차로 우리은행에 VPN을 공급한 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제품 라인업 및 가격정책 유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병현 어울림정보기술 이사는 “대형 사이트 위주로 영업을 집중하지만 금융권 전체를 공략하기 위해 10월말에 하이엔드에서 로엔드 제품까지 총망라한 제품 로드맵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퓨쳐시스템은 올 상반기 금융권 VPN 매출에서 어울림정보기술에 뒤처졌으나 상반기가 지나면서 외환은행 프로젝트를 수주, 이를 통해 다시 순위가 역전됐다고 판단하고 올해말까지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각오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CHB조흥은행 임원 가정내에 설치되는 재택근무자용 VPN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기능 업그레이드와 은행권 상황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계획이다.
최해철 퓨쳐시스템 상무는 “금융권 공략을 위해 제품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은행별로 요구하는 환경이 달라 이를 발빠르게 맞추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특히 벤치마크테스트(BMT)에 대비해 사내에 ‘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경쟁에서도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며 점차 시장이 확대되는 제3금융권 시장도 적극 공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