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업체 U사의 L사장은 최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일본 성인비디오(AV)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이 사람은 자사가 일본 성인콘텐츠를 제공할 테니 휴대폰 무선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L사장은 관심없다고 거절했지만 무선인터넷에서까지 무차별적인 성인콘텐츠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유선인터넷의 골칫거리인 성인사이트들이 무선인터넷까지 노리고 있다.
무선인터넷망 개방과 함께 이동통신사가 아니더라도 휴대폰을 통해 무선포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면서 성인사이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무선인터넷업체들 중 상당수가 성인사이트업체로부터 공동사업 제의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무선인터넷업체 M사의 R사장은 “최근 한두달 사이에 성인사이트라고 밝힌 업체들로부터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며 “심지어 이들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IDC로부터도 사업제의를 받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R사장은 또 “유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선인터넷에서도 성인사이트들의 공세를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선인터넷협회 권동근 사무국장도 “협회 회원사들로부터 성인사이트 운영업체로부터 전화 문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다”며 “대부분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변환 등 기술적인 문제였다”고 말했다.
성인사이트들이 무선인터넷으로 손을 뻗치는 이유는 휴대폰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네트워크 환경은 물론 관련 단말기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휴대폰은 PC와 달리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쉽다는 이점으로 성인콘텐츠서비스에 적합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인콘텐츠는 이미 무선인터넷 킬러서비스로 꼽힌다.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무선포털내 모바일방송 서비스 등을 통해 다수의 성인채널을 운영중이며 이런 성인채널은 인기콘텐츠 순위 상위에 들고 있다.
문제는 이통사 포털을 통해 서비스되는 성인콘텐츠가 이통사의 성인인증시스템을 거치는 것과 달리 성인사이트들이 독립적으로 서비스하게 될 경우 성인 인증이 힘들다는데 있다. 또 사용자가 확인 버튼을 누르는 등의 별도 절차 없이도 멀티미디어 등의 콘텐츠를 사용자 휴대폰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푸시(push)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있어 성인콘텐츠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푸시기술은 사용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멀티미디어 등을 휴대폰에서 바로 구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에 대해 무선인터넷협회 권 사무국장은 무선인터넷망 개방 이후 성인콘텐츠를 포함한 유해콘텐츠 문제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크다”며 “이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자율정화위원회를 발족했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서비스에 대한 과금을 위해서는 결국 이통사의 과금 대행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성인콘텐츠에 대한 사전심의가 가능하지만 사이트 홍보를 위해 무료로 살포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사실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며 “이런 콘텐츠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