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체들이 완성품 제조에 사용하다 남은 부품을 유통시장에 저가로 밀어내고 있어 시장 질서를 혼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CDRW·모니터·하드디스크 등의 유통시장에서는 PC업체들이 내놓은 부품이 저가에 유입돼 정품에 비해 최대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어 가격질서가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에는 국내 제조업체들에 의해 해외로 수출됐다 다시 국내로 유입되는 역수입 제품을 비롯, PC업체들이 내놓은 저가 제품들이 정품 벌크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등 같은 사양의 제품임에도 유통경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의 제품 구매에 큰 혼선을 주고 있다.
기록가능한 광저장장치인 CDRW시장의 경우 LG전자의 40배속 제품만도 역수입, 역수입 박스, 정품 벌크, 정품 박스 등 4종이 판매되고 있다. 제품 가격은 정품 박스 제품이 11만원대 중반인 것과 달리 역수입 제품과 정품 벌크제품은 20% 가까이 저렴한 9만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모니터 시장을 비롯해 하드디스크·CPU 등도 PC업체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됐다. 유통시장으로 유입되는 물량들이 지속되고 있어 유통시장의 가격체계가 매우 복잡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PC업체들이 일시적인 재고관리를 위해 소량의 부품을 유통시장으로 판매하는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PC업체들의 완제품 판매부진과 맞물려 OEM 부품의 유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상당수 PC업체들이 정기적으로 유통시장을 통해 재고 부품을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PC시장이 당초 예측과 달리 부진을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PC업체들이 현금확보와 재고관리를 위해 암암리에 부품을 유통시장에 내놓고 있다”며 “특히 OEM 공급가격과 유통시장의 가격차가 큰 품목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벌크 제품이나 역수 제품의 유입이 늘어남에 따라 상당수 조립PC업체들은 시스템 조립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비정품 채택을 선호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의 구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향후 이상이 발생하면 제조사를 통해 정상적인 사후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또 부품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유통시장 가격이 흐뜨러짐에 따라 판매정책 수립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PC업체의 관계자는 “AS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재고 부품을 시간이 지난 후에 일부 유통시장에 내놓거나 대리점이 소비자가 원하는 스펙에 맞게 PC 사양을 바꿔 판매하고 남은 부품을 소량으로 판매하는 일은 있으나 최신 부품을 유통시장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PC업체들의 이같은 설명과 달리 CDRW를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벌크제품의 유입으로 유통 시장의 가격질서가 혼란을 겪음에 따라 PC업체들에 단품판매 중지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하고 있으나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는 정품 박스 제품 이외에는 향후 제품 하자로 인한 AS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벌크 제품이나 역수 제품 구매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