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W 용역단가 재정립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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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소프트웨어 용역의 노임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소프트웨어진흥법 및 통계법에 따라 조사·공표되고 있는 국산 SW용역 노임기준이 외산 SW용역비에 비해 절반 정도 싸고 시장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것.

 특히 정통부·과기부·중기청 등 정부 유관부처가 시장 현실에 걸맞지 않은 용역단가를 국내 SW사업의 공식 노임기준으로 인정함에 따라 국산 SW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SW 개발규모 산정을 위한 사업대가기준에 관한 법(소프트웨어진흥법)의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SW 용역단가(노임)에 대한 조정작업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어 더욱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산 SW용역비용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정보화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름할 컨설팅·개발·구축작업이 더욱 부실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턱없는 국산 SW용역비=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기업인 A사는 연매출 4000억원대의 중견제조기업 ERP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컨설턴트·개발인력 6명을 3개월간 투입, 18MM(Man Month:1인 1개월 작업량)에 달하는 SW용역이 발생했다. 이를 한국SW산업협회가 공표한 2002년도 SW 용역단가에 적용하면 약 1억8000만원이 산출된다. 표참조

 하지만 A사가 받아낸 용역비는 1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매출규모의 ERP프로젝트를 다국적 IT기업이 수주했을 경우에는 SW용역비가 3억∼5억원에 달한다.

 국산 SW용역단가 기준이 외산 SW에 비해 턱없이 낮고 그나마 기준대로 받아내기도 어렵다. 더구나 SW개발비용의 10∼15%로 정해진 유지보수용역비도 국산 SW 시장환경에서는 거의 공짜로 진행되고 있다.

 A사의 마케팅이사는 “국내기업의 SW용역에 대한 인식이 낮은데다 3만개 중소기업 IT화사업이 정보시스템 보급확산에만 치중한 나머지 SW 용역단가의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기업 정보화프로젝트의 질적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SW 용역단가를 다시 손질할 때”라고 말했다.

 ◇국산 업체간 과당경쟁도 문제=무엇보다 외산 SW용역비와의 격차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 일반적으로 다국적 IT기업들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고객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자사의 SW제품에 맞춰가는 형태로 SW용역을 진행하지만 국산 SW업체들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SW를 컨설팅·설계·개발·구축한다. 그만큼 국산 SW용역의 업무하중이 무겁기 때문에 ‘일은 많지만 대가는 적은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산 SW업체끼리의 출혈경쟁도 문제다. 최근 대형 다국적 IT기업들이 대기업용 정보시스템 시장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중견·중소기업(SMB:Small Medium Business)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국산 SW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하자 출혈을 불사하는 SW 용역계약이 이어지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W용역비가 인하될수록 정보시스템 구축작업이 부실해지고 장기적으로 국산 SW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적 단가의 정립과 함께 국산 업체간의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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