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 전기·전자 및 IT제품의 대북한 반출입이 실제로 양측간 매매가 이뤄지는 거래성 교역이 아닌 경수로사업용 등 지원성 교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실질적 비즈니스를 통한 남북간 전기·전자 및 IT제품 교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요 IT품목의 반출입을 금하고 있는 현행 전략물자 수출입승인제를 보완 또는 폐지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태 분석=29일 통일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8월 현재까지 남한산 전기·전자제품의 대북 반출액은 1202만달러.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9%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이 가운데 거래성 교역인 위탁가공교역은 작년과 같은 수준인 505만달러에 머물렀다. 특히 상업적 매매거래는 35%나 감소해 30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주요 지원성 교역 중 하나인 경수로사업용으로 반출된 남한산 전기·전자제품은 381만달러로 작년 대비 407%나 폭증했다. 협력사업용 반출은 이보다 높은 474%(92만달러)로 늘어났으며, 금강산관광용 역시 109%(35만달러) 증가했다. 대북지원용도 156달러로 11.1% 늘어 올들어 지원성 교역의 평균증가율은 250%에 달했다.표참조 이에 따라 전체 전기·전자제품 대북 반출에서 위탁가공·상업매매 등 거래성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2.4%에서 올해는 44.5%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남한의 전체 대북 지원성 교역이 3.8% 감소한 반면 거래성 교역은 24.4% 증가한 것과 비교해볼 때 최근 남북 교역의 추이와도 정반대되는 현상으로 지적됐다.
◇원인과 대책=현재 컴퓨터·반도체·이동통신기기 등 주요 전기·전자 및 IT제품의 대북 반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첨단 IT제품의 대북 반출입 시 현행 대외무역법시행령상의 ‘전략물자수출입공고’ 규정에 의거, 산업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대로 승인이 이뤄지는 건은 거의 없다.
특히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지난 96년 발효된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협정’을 준수한다는 명분 아래 비교적 구형인 486급 컴퓨터의 대북 반출마저 철저히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승훈 호서대 교수(해외개발학)는 “대북한 전략물자 통제에 냉전시대의 구시대적 통제 지침과 미국 편향적 시각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반출입제품의 특성과 평화·협력의 시대적 조류에 맞춰 물자 통제를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