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초고속인터넷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VDSL(Very high bit rate DSL)이 기존 장비와의 충돌로 통신속도가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VDSL의 보급확산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망 고도화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가 이같은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이 VDSL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VDSL장비의 필드테스트 과정에서 기존에 설치된 초고속인터넷장비와 주파수 간섭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VDSL장비와 주파수 간섭현상이 나타난 장비는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TDSL(Time division duplex DSL)장비로 지난 2000년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확산과 더불어 대거 도입됐다. ADSL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2000년초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ADSL 핵심 칩세트 품귀현상으로 인한 장비수급 차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 장비를 도입, 지금까지 80만회선 규모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VDSL장비와 TDSL장비를 인접 지역에 설치할 경우 TDSL장비에서 나오는 5∼6㎒ 대역의 고주파 성분으로 인해 나타나는 VDSL의 속도 저하 현상으로 업계에서는 평균 50% 정도 속도가 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VDSL은 통신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파수 대역폭을 최대 30㎒까지 확장해 사용하는데 기존 TDSL장비에서 나오는 고주파 성분의 세기가 강해 VDSL 통신속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통신사업자들은 일단 기존에 도입한 VDSL장비는 TDSL 운용지역을 피해 설치하고 새로 VDSL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에는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주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VDSL장비 공급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 측으로부터 주파수 간섭현상을 막을 수 있는 필터링 장치 개발을 요구받았다”고 밝히고 “하지만 문제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하나로통신 신기술사업실의 고진웅 상무는 “기존 전화회선을 이용하는 xDSL 기술의 특성상 인접 지역에서 어느 정도는 주파수 간섭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초고속인터넷 장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 차원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