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 비즈니스/윌리엄 언컨 3세 지음, 한창수 옮김/예지 펴냄
유익하면서도 유쾌한 기분으로 읽을 만한 책은 그다지 흔하지 않다. 아마 대부분의 유익한 진실은 저자의 고뇌에 찬 성찰의 산물이고 그 고뇌가 글에서 배어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관리자들에게 유익하면서도 아주 유쾌하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윌리엄 언컨 3세의 ‘몽키 비즈니스’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업무 처리를 위한 임직원간 교섭과정을 하나의 심리전으로 파악하고 이 게임의 구조를 상세하게 분석, 바람직한 게임의 룰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눈에 회사란 다양한 원숭이를 돌보고 키우는 ‘원숭이 동물원’이다. 이곳에서 임직원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숭이 떠넘기기’ 게임을 하고 있다. 여기서 원숭이란 기업에서 직원들이 흔히 수행하는 과업에 붙여진 익살스런 이름이다.
복도에서 마주친 부하직원이 관리자를 보자 대뜸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데 우리 일에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에서 도망치는 타입이 아닌 관리자는 그의 장황한 문제 설명을 꿋꿋이 경청한다. 점점 문제에 몰입하기 시작한 관리자는 뭔가 아이디어를 제시해보기도 한다.
이윽고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깨닫고 부하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 고민해봐야 겠군. 그 문제에 대해선 내가 따로 더 생각을 해보고 연락을 주겠네.”
이제 복도에서 마주치기 전에 직원의 등에 올라타 있던 원숭이는 이제 관리자의 등으로 옮겨 타 있다.
얼마 후 다시 마주치게 된 부하직원은 아마도 관리자에게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전에 생각해본다고 하신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제 부하직원이 관리자를 감독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의 반복 속에서 능력에서 벗어나는 수많은 원숭이를 떠안게 된 관리자가 어쩔 수 없이 조직 내의 ‘대형 걸림돌’이 돼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결국 관리자나 부하직원 모두에게 불만스러운 상황이 초래되며 이런 상태로는 높은 생산성이나 품질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언컨은 그를 일약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 최고의 인기 기고가로 만들어준 부하직원의 업무능력 평가를 위한 ‘5단계 자유수준척도’와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업무위양을 위한 6가지 룰’을 제시한다.
관리자는 업무에 대한 책임과 주도권을 그들에게 적절하게 부여하고 그들이 최선을 다해 과업을 완수해낼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하직원에게 부과된 업무에 대해 그가 제시한 6가지 룰에 따라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언컨의 비유에 따르자면 각각의 원숭이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되 관리자는 지속적으로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신규사업에서 실패한 경영자가 “이제부터는 아무리 힘들어도 업무를 직접 챙겨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만일 업무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가 직접 원숭이를 떠맡겠다는 의미라면 상황은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다. 아마도 부지런한 그 경영자는 이미 너무 많은 원숭이 때문에 이전 신규사업에 등한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저자인 언컨은 20년 이상 실제 관리자로 일해온 경력으로 일반 경영학자들이나 경영컨설턴트들과는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저자가 삶의 긴요한 몇몇 단편을 드러내 그 이면의 숨겨진 의미를 읽어나가는 활기있고 섬세한 통찰력과 이야기를 이어가는 위트는 ‘웃음’의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을 연상시킬 만큼 뛰어나다. <소프트포럼 안창준 사장 cjahn@softforum.com >